주일 새벽 미사를 마치고 당신에게 갑니다. 玉인듯 아름다운 산사의 절문에 기대어 당신 말씀 묵상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내리는 비 이슬의 거룩 거룩하신 은총도 다시 한번 가슴판에 새기고 있습니다. 언덕머리 쓸쓸한 民家 서른 아홉 채, 기울어진 성문에 시든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습니다. 경주 남산에 와서 묻노니, 아무도 이것을 주저앉힐 힘이 없습니다. 애드발룬처럼 모조리 하늘에 두우둥 떠 돌아다니는 당신의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산책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뜨거우신 손바닥, 그 피묻은 손으로 나처럼 세상을 외롭고 춥게 사는 가난한 시인의 마음도 안수하여 주시옵소서. 경주 남산 경주 남산의 애기 돌부처 파르란 머리 하나로 수천년을 이겨온 당신의 눈물 방울 방울 안에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홀로 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그대 그대여, 당신이 그리워 그리워서 눈 내리는 빈 들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찍이 새벽닭 울음, 목빼어 바라보던 남산이여.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리라. 토함산에 올라서니 산가슴에 만발하는 철쭉꽃 밭이 온 몸으로 뒹굴고 있구나. 산골짜기마다 골짝마다 촛불 하나를 켜고 있는 당신의 사랑 사랑이여. 아, 당신의 신새벽이 다시 한번 오리라. 더러는 눈밭에 쓰러져보고 싶구나.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빈 손으로 홀로 넘어가는 구름의 마음이리라. 뻐꾹새가 울고 있는 당신의 말씀밭에서 눈물로 하소연으로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 하늘 통일통일 되리라.
삼월이라 초하루 이 땅에 돌아와도 삼신각 문풍지를 찢고 드는 하늬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에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여. 부산광역시 서구 완월동 한가운데 보름달 눈물 한방울이 휘영청 밝아오는구나. 당신께서는 나의 영원한 거룩거룩하신 은총이어라. 아름다운 그대, 내 사랑 톤즈의 사랑 그 자체이신 고 이태석 신부님이여. 당신의 날개, 거대한 사랑 사랑의 뿌리이신 신부님. 우리는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고요히 외치고 있는데 오늘은 왠지 자꾸만 눈물만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내 가슴 하늘에 시인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온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로구나, 나의 영원한 신부님이여.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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