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월 16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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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3-16 | 조회수868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3월 16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루카 11장 29-32절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표징의 종결자>
점점 더 강력한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 예수님께서는 ‘표징의 종결자’로 ‘사람의 아들’ 카드를 제시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의 현존 자체가 가장 극적이며,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표징임을 강조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당신의 이 세상 육화 강생 그 자체, 당신의 현존 자체가 가장 큰 표징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곰곰이 묵상하다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졌습니다.
사실 황공하고 송구스럽게도 하느님께서 자신을 극도로 낮추셔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셨다는 것, 이것처럼 큰 표징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그냥 편하게 하느님으로 계셔도 좋을 텐데, 때로 아비규환이고, 때로 냄새나고, 때로 진흙탕 같은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알면 더 송구해집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랍니다. 정말 하찮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각자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천부당만부당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 손을 잡아주시기 위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답니다. 이것보다 더 큰 기적, 더 큰 표징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혹시 이런 체험 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바티칸 광장은 끝도 보이지 않는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제대 가까이 다가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교황님의 얼굴은 그저 까마득한 한 점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황님 그 자리에 함께 계신다는 그 자체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미사를 끝내신 교황님께서 제대 아래로 내려오셔서 바로 내가 자리한 곳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분 손을 한번 잡아보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실패했는데, 바로 내 앞을 지나가시면서 내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너무나 놀랍고 영광스러웠던 저는 한 며칠 손도 씻지 않았습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랍고 영광스런 일이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 각자의 아침 마다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매일 아침 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각자를 찾아주십니다. 그분의 몸과 우리의 몸, 그분의 피와 우리의 피가 매일 아침 마다 결합합니다. 매일 아침 우리의 몸은 그분의 몸으로 인해 성화됩니다. 매일 아침 우리의 죄는 그분의 피로 말끔히 씻어집니다.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보다 더 놀라운 표징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너무나 맑은 사람, 너무나 투명하고 순수한 존재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내 삶이 초라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내 삶도 이젠 정화시킬 때가 되었구나, 나도 이제 그만 삶을 바꿔야지 하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듭니다.
예수님을 매일 바라보는 우리, 예수님을 매일 만나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과제는 다름 아닌 변화된 삶입니다. 회개의 삶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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