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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6일 사순 제2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26 조회수608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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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사순 제2주간 토요일 - 루카15,1-3.11ㄴ-32


 

“그는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로라도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아무도 주지 않았다.”

 

<괜찮다, 다 괜찮다>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이제 또 다시 형제들과 어줍잖은 ‘아마추어 농사’를 슬슬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언젠가 하루 온종일 퇴비와 씨름한 적이 있었습니다. 냄새가 제대로인 퇴비를 한 트럭 실어왔습니다. 밭에 도착해서 골고루 뿌렸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형제들이 다들 코를 쥐고 뒤로 물러나더군요. 강력한 퇴비냄새가 온 몸에 배였던 것입니다.

 

    오늘 탕자의 비유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은 더했겠지요. 그는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탕진해버리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돼지 치는 농장에 취직했습니다. 거기서 주로 했던 일은 어떤 일인지 아십니까? 그들이 생산해내는 막대한 배설물들을 계속해서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언젠가 마땅히 갈 곳 없다며 취직자리 알아봐달라는 ‘의지가 약한’ 그래서 늘 떠도는 한 형제를 돼지 치는 농장에 보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월급도 그만하면 괜찮고 시골이라 돈 쓸 일도 없고, 금방 돈 모으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사흘 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저 여기서 도저히 일 못하겠어요. 냄새 때문에 돌아버리겠어요.”

 

    제발 조금만 더 견뎌보라는 말에 그 형제는 제게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신부님이 여기 와서 단 한 시간만이라도 일해보고, 그런 말 하라구요!”

 

    그때 저는 돼지농장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살길이 없음을 알게 된 둘째 아들의 마침내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고, 드디어 발길을 아버지 집으로 돌리게 됩니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는 둘째 아들의 몰골을 떠올려보십시오. 가관입니다. 제대로 씻기나 했겠습니까? 땀 냄새, 돼지 배설물 냄새, 별의 별 냄새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신발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맨발입니다. 머리카락은 산발에다 떡 진 머리입니다. 옷은 갈아입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기억 못합니다. 거지 중의 상거지 꼴이었습니다.

 

    그를 보는 사람마다 다들 코를 움켜쥐고 멀찌감치 피해갔습니다. 그가 지나가고 나면 다들 투덜거렸습니다.

 

    “저게 사람이냐, 짐승이냐?”

 

    아버지 집 가까이 이르러서는 따가운 눈총들이 더 심했겠지요.

 

    “야, 저게 누구냐? 그 싸가지 없는 둘째 아들 아냐? 꼴좋다! 천하의 불효자식 같으니라구! 빈대도 낯짝이 있지. 그러고도 지가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구?”

 

    다들 한 목소리로 둘째 아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쌍욕을 해댔겠지요.

 

    그러나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유일하게 그러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왜 그랬냐고 따지지도 않습니다. 싸가지 없는 자식이라며 뒤통수를 치지도 않습니다.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냐며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돈 얼마 남았냐며 호주머니를 뒤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품에 끌어 앉습니다. 한손으로는 내 이제 더 이상 너를 놓치지 않겠노라며 끌어안습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괜찮다, 다 괜찮다, 너만 살아 돌아왔으면 다 괜찮다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십니다.

 

    자비하신 우리 하느님의 얼굴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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