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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27일 야곱의 우물- 요한4,5-52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27 조회수434 추천수5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르 복음 묵상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그때에 5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6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7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8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9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10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11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 12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13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14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15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16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17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18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 19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20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21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22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23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24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25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시겠지요.” 하였다. 26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 39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여자가 “저 분은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혔습니다.” 하고 증언하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40이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 그분께서는 거기에서 이틀을 머무르셨다.
 
 
 
 
시작 기도
오소서 성령님, 제 영혼을 비추시어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칠 수 있는 영적 지혜를 열어주소서 !

세밀한 독서 (Lectio)
영적 통찰력을 가지고 예수님께 다가설 수 없도록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이며, 청해야 할 것과 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오늘 말씀은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세례를 베풀던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시던 길에 ‘시카르’ 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십니다. 먼 여행에 지친 예수께서 “야곱의 우물” 가에 앉아 계실 때, 마침 물을 길러 온 한 “사마리아 여자” 한테 물을 청하지만 여인은 “유다 사람과 사마리아 여자” 라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여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편견은 서로 “상종하지 않았다.” 라는 역사의 상처입니다.
 
(요한 4, 7 – 9;2열왕 17장 참조) 이것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방해하는 장벽이 되어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우물물’ 과 그분한테 받을 수 있는 ‘생명의 물’ 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의 선물” 과 “내가 누구인지를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생수를 청했을 것” (요한 4, 10)이라고 하시며 여인과의 사이에 관계의 지평을 여십니다.
 
여인은 예수님을 “유다 사람” 에서 “선생님” 으로 바꿔 부르지만, 자신의 고정관념에 묶여 “두레박도 없고, 우물은 깊은데 …. 야곱보다 훌륭하다는 말씀입니까 ?” (11 – 12절) 하고 반문합니다. 세상의 사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에 집착할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알아볼 수 없게 합니다. 니코데모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3, 9), 빵을 배불리 먹은 군중이 생명의 빵을 오해했던 것처럼 (6, 34) 여인은 자신의 고착된 가치 앞에서 “영원히 목이 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 (4, 14) 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보다 자신의 노고를 비켜 가게 할 마술적인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15절) 하고 청합니다.
 
야곱의 후손으로 선민답게 살지 못했던 단절된 그녀의 삶은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사마리아’ 처럼 자신의 운명에서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남편” 과 “남편이 없다.” 는 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여인은 더 이상 어둠 속으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부도덕한 결혼생활을 직시하는 예수님을 “예언자” 로 받아들입니다. (16 – 19절)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막았던 장벽을 치우고 샘물의 물꼬를 틔우는 근원을 찾고자 “예배 장소” 에 대해 묻습니다. (19-20절)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자를 존경이 담긴 “여인” 이란 호칭으로 부르십니다. (2, 4 참조) 그리고 “내 말을 믿어라.” (4, 21) 하시며,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예배가 ‘지금, 바로 당신과 함께 시작된다.’ 는 것을 더욱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때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며, 아버지께서도 참된 예배자들을 “찾으신다.” (23절) 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도 여인을 찾고 계셨던 것일까요 ? (27절 참조)
 
“메시아께서 오시면”, “영과 진리 안에서의 예배” 가 무엇인지 가르쳐 줄 것이라는 여인의 희망 앞에서 예수님은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26절) 하고 당신을 계시하십니다. 이는 생명 자체이신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이들한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며, ‘생명의 물’, ‘영과 진리 안에서 드리는 예배’ 의 대상이 예수님 자신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둔 채” 고을로 가서 사람들한테 “와서 보십시오.” (29절) 하고 전합니다. 이제 여인에게 중요한 것은 ‘물동이’ 가 드러내는 ‘우물물’ 이 아닙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내면에 샘솟게 된 ‘생수’ 로 충만해진 여인은 예수님에 관해 증언합니다. 여인의 증언을 듣고 달려온 마을 사람들은 이제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예수님을 “세상의 구원자” 로 고백함으로써 예수님에 대한 신비가 절정을 이룹니다. (40–41절) 이 신앙고백에는 성 (性) 과 민족과 종교의 장벽을 초월해 이루어지는 보편적 구원사상과 그리스도론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어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제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께서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셔야 했던” (4, 4) 까닭이 드러났습니다. 예수님은 잃었던 양을 찾으시며 (27절; 루카 15, 6 참조) 모든 죄인을 위한 세상의 구원자로서 “하느님의 뜻” 을 이루기 위함이셨습니다. (4, 31 – 38)

묵상 (Meditatio)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요한 4, 7) 예수께서는 제가 무시하고 싶었던 여자한테 물을 청하십니다. 그 여자는 세속적이고 안하무인이며 생활은 문란하기 짝이 없고, 더군다나 사마리아 여자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저라면 감추고 싶었을 것을 그 여인은 서슴지 않고 예수님 앞에 열어 보이며 자신의 신원과 어둠 그리고 무지를 인정했습니다. 자신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끄럼 없이 밝히며 청할 줄 알았기에 예수님을 ‘세상의 구원자’ 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신을 감추고 과장하며 정작 제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샘물의 원천이신 예수님을 잊고 세상이 바라는 능력과 힘을 빌려 교만으로 펌프질을 하며 애써 물을 퍼 올리려 했습니다. 세상에 휘둘리면서도 이웃의 작음에 빗긴 눈길을 보냈던 저한테 오늘 사마리아 여인은 마중물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물이신 주님, 저한테도 샘이 되어 솟아오르도록,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15절)

기도 (Oratio)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주셨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이사 12, 2ㄷ – 3)

 

반명순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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