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수님의 갈증 - 송영진 모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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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3-27 | 조회수684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사순 제3주일>(2011. 3. 27.)(요한 4,5-42)
<예수님의 갈증> 3월 27일 사순 제3주일의 복음 말씀의 내용은 예수님과 어떤 사마리아 여자의 만남과 대화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을 때 흔히 사마리아 여자만 주목하고 예수님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사마리아 여자의 과거가 너무 파란만장하게 보여서일까?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라는 그 여자의 사생활이 대단히 강렬한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그런 것에 너무 시선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을 피해서 갈릴래아로 가셨다는 말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서두르신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평상시에 다니던 길이 아니라 사마리아 지역을 질러가는 지름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복음 말씀에는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지친 예수님께서 우물가에 앉아서 잠시 쉬시는데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나옵니다. 당시 우물은 아주 깊었고, 긴 밧줄이 달린 두레박이 있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물을 부탁하십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지금 예수님은 길을 걷느라 지치셨고, 갈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 ‘목마르다(요한 19,28).’ 라고 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의 갈증은 육체적인 갈증보다 더 심한 영혼의 갈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마리아 여자의 갈증을 주목하기 전에 먼저 예수님의 갈증을 더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회개할 줄 모르고, 믿음과 사랑이 메말라가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심정이 바로 ‘목마름’으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예루살렘 입성 다음날 예수님께서 시장하셨다는 표현도 있습니다(마르 11,12). 예수님의 ‘배고픔’도 상징적인 표현으로 생각됩니다. 선교활동의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 채 마지막 십자가의 길을 가야만 하는 예수님의 심정이 바로 ‘배고픔’으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가는데, 예수님 혼자 주무시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바람과 파도를 지배하시는 분이니까 풍랑을 걱정하지 않으셨겠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셔서 주무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마르 6,31) 바쁘게 일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부탁하는 예수님께 사마리아 여자는 물을 줄 생각은 안 하고, 왜 유대인이 사마리아 여자에게 말을 거냐고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서 목마르다고 하시는 예수님께 사람들은 신 포도주를 주고 있습니다. 배가 고프셨던 예수님께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주지 않았습니다. 피곤해서 주무시는 예수님을 제자들은 기어이 깨웠습니다.
제자 하나는 예수님을 팔아넘겼고, 수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이 듣고 있는 데에서 자기는 저 사람을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주일 복음 말씀에 나오는,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이라는 말은 대단히 상징적이고,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합니다. 누가 예수님을 지치게 했습니까? 그리고 지금 누가 예수님을 지치게 하고 있습니까? 그런데 주일 복음 말씀을 읽다보면, 그렇게 지치고 갈증에 시달리던 예수님께서 원기를 회복하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 “씨 뿌리는 이도 수확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게 되었다.” 예수님과 대화를 하던 사마리아 여자가 차츰 예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마침내 예수님을 믿게 되는 장면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원기를 회복하신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사람들이 믿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예수님께 힘을 드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일에 지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믿음 없는 사람들은 미신에 의지하거나 세속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더 예수님께 의지하게 되고 예수님 안에서 위로와 휴식을 얻고 새 힘을 얻게 됩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새 힘을 얻기 위해서 예수님을 찾을 때,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도 새 힘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물질적인 것도 아니고, 무슨 아부나 찬양도 아닙니다.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을 얻어가는 것,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만일에 우리가 예수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과 은총을 외면하고 다른 것들에 한눈을 팔고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더욱 지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실 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우물가의 여인처럼 -- 양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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