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을 세 번이나 유혹하고도 실패한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 물러갑니다. 네 번째 유혹은 예수님의 공생활과 수난과 관련됩니다.
복음서들은 고향에 대한 예수님의 불편한 심경을 전합니다. 고향 사람들은 출향한 출세인을 은근히 무시하면서도 특혜를 바라는 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카는 예수께서 광야에서 세 차례 유혹을 물리치신 뒤 곧바로 고향을 방문하시고 고향 사람들과 겪는 갈등 이야기를 전합니다. 루카는 이런 갈등을 네 번째 유혹으로 지목합니다. 공관복음 모두 그렇지만 특히 루카는 겟세마니 기도에서 ‘피땀’ 이라는 소재를 써서 갈등을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예수님의 ‘피땀’ 에는 좌절이 녹아 있습니다. 분명 예수님의 공생활부터 수난까지 꿰고 지나가는 꼬챙이는 ‘좌절’ 이었습니다. 그같은 ‘좌절’ 은 분명 네 번째 유혹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의지를 꺾어 마침내 쓰러뜨려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는 고향도 그렇지만,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임을 표방하는 이들뿐 아니라 측근이나 추종자들한테서 느끼는 벽과 좌절이 홍해보다 넓고 깊었고, 사십 년을 걸어야 했던 광야보다 막막했습니다.
루카는 좌절을 일으키는 갈등을 십자가 위의 최후기도로 승화해 종식시킵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카 23, 46) 모든 것을, 당신마저도 아버지께로 돌려놓으심으로써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네 번째 유혹, 곧 갈등의 그림자인 좌절을 끝내십니다.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버드내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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