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분별의 지혜, 연민의 사랑" - 3.2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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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3-28 | 조회수47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28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열왕 하5,1-15ㄷ 루카4,24ㄴ-30
"분별의 지혜, 연민의 사랑"
어제 읽은 어느 저명한 수도승의 글 한 대목에 공감했습니다.
“용서하는 것은 결코 잊는 것이 아니다 (To forgive is never to forget).”
사실 우리는 일어났던 일들이나 상처의 기억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미사 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형되듯이 은총을 통해서 이 기억들을 변형시킴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하여 용서 역시 시간을 요하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 상처의 기억들이 변형, 치유되는 용서의 과정입니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의 단절보다는 은총을 통한 관계의 변화, 승화, 고양이 바람직한 복음적 방법입니다. 역시 주님 안에서 계속 우정의 관계로 성장, 성숙해가야 하는 관계 역시 하나의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판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죄가 상징하는 바가 바로 판단입니다. 창세기에서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은 결과 눈이 열려 자기 잣대로 선악을 판단하게 되었다 합니다. 누구를 봤을 때 원죄와도 같은 한 눈에 들어오는 선입견이나 편견의 판단 바로 우리의 실존적 체험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은 얼마나 불확실한지요. 일상에서 판단의 죄는 얼마나 많이 짓고 사는지요. 하느님 아닌 누구도 판단할 수 없기에 주님의 명령이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뿐만 아니라 자신도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은 물론 자신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나고 났을 때 비로소 우리의 판단이, 선입견이, 편견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자주 깨닫지 않습니까? 원죄와도 같고 영혼의 병과도 같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의한 판단 역시 주님의 은총으로 변화 치유의 과정을 겪으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별의 지혜’가, ‘연민의 사랑’이 됩니다.
오늘 1독서의 주인공 아람 임금의 군대 장수인 나아만의 치유과정이 의미심장합니다. 우선 “나아만은 힘센 용사였으나 나병환자였다.”는 묘사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아만은 나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 치유되어 참 나의 자유인이 되었으니 역설적으로 나병 또한 하느님 은총의 도구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의 대우가 기대에 못 미치자 자존심이 상한 나아만의 반응입니다.
“나는 당연히 그가 나에게 나와 서서, 주 그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병든 곳 위에 손을 흔들어 이 나병을 고쳐 주려니 생각하였다.”
자신의 속 판단을 들어내며 불만을 토로하는 나아만이 부하들의 설득에 따라 자기를 비우고 엘리사의 명령에 겸손히 순종했을 때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느님을 만남으로 나병의 치유에 이어 판단, 선입견의 영혼의 병까지 치유되어 참 자유인이 된 나아만의 하느님 고백입니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주님을 만날 때 영육의 전인적 치유의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편견에 완전히 사로잡힌 고향 사람들에 대한 주님의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이어 엘리야 시대의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와 엘리사 시대의 시리아 사람 나아만의 예를 들면서 고향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바로 자신들의 선입견, 편견, 고장관념을 버리고 주님을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복음의 마지막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떠나 가셨다.’
집착할 때 상처요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님은 편견에 사로잡힌 고향 사람들에 대하여 집착함이 없이 이들을 하느님 손에 맡기고 초연히 자기 길을 떠나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영육을 치유해주시어 편견이나 선입견의 판단 없이 분별의 지혜와 연민의 사랑으로 ‘있는 그대로’ 서로 받아들이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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