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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엾은 마음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29 조회수88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화요일>(2011. 3. 29. 화)(마태오 18,21-35)

 

                                       <가엾은 마음>

 

3월 29일의 복음 말씀은 ‘매정한 종의 비유’입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비유의 내용도 쉽고, 예수님의 가르침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계명 중에서 우리가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 라는 계명과 ‘서로 용서하라.’ 라는 계명입니다.

인간들이 실천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실천을 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는 뜻에서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선 비유의 내용에서 임금이 종의 부채를 탕감해 준 이유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 종의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를 놓아주고 부채도 탕감해 주었다.”

바로 그것, ‘가엾은 마음’이 핵심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는 이유는 ‘가엾은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뻐서도 아니고, 무슨 자격이 있어서도 아니고,

뭔가 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순전히 하느님께서 우리를 가엾게 여기시기 때문에 용서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용서는 전적으로 은총이고 선물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웃을 용서하는 것은 그 선물을 나눠 갖는 일이 됩니다.

또 하느님의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처럼 이웃을 가엾게 여기면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용서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용서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가엾은 마음이 들면 용서할 수 있는데,

가엾게 여기려고 해도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용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복수심에 사로잡혀서

용서할 마음이 아예 없는 경우는 일단 제쳐놓겠습니다.)

 

하느님의 용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가엾게 여기셔서 용서를 하려고 하시는데,

우리 쪽에서 계속 얄미운 짓과 못된 짓만 골라서 하면

하느님도 우리를 용서 안 하신다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에서 임금이 처음에는 종의 부채를 탕감해 주었다가

그 종의 행동을 보게 되자

나중에 모두 다 취소하고 그 종을 잡아들이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용서’란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방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뭔가 오는 것도 있어야 하고, 가는 것도 있어야 하고...

 

그러니 용서가 안 된다고 너무 낙담하거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용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노력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을 수 있습니다.

용서를 아예 안 하려고 처음부터 작정한 것은 죄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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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금 전 SBS 티브이 뉴스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나왔습니다.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표기한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전보다 더 늘었다는 뉴스인데,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국경선을 그어놓은 지도를 보니 제 속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한국인들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을 가엾게 여겨서

수백억의 성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표시한 역사 교과서를 더 많이 만들고 있다는 것,

‘구제불능, 후안무치’ ....!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려고 해도,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도 서로 용서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야만 하는지...?

예수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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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우리 자신은 하느님과 이웃에게 얄미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각자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걸 반성하라고 사순 시기가 있는 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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