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 울 안에 있는 꽃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29 조회수402 추천수7 반대(0) 신고
오늘은 화요일...신부님께서 집전해주시는 미사가 아닌 평신도가 분배해주는 성체를 모시는 날이다. 
 
미사보다는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에 성체를 모신후 십자가의 길 기도도 드리고 고요에 머물러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날이다.
 
보슬 보슬 봄비도 내린다.
 
온갖 야생화도 지천으로 피어나고 장미, 등나무 꽃, 아이리스, 조팝꽃 등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내 눈은 그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는 신호등에 차를 멈추어 서 있을 때 들판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보다가 앞차를 쫓아가지 못하고 뒷차가 '빵!'하고 클락손을 울리고 나서야 저 만치 앞서가는 차를 보고 '큰일  날 뻔했다.'하며 마음으론 피식 웃기도 하고 꽃들과 새순의 나무들 때문에 곧바로 차를 몰지 못하고 비스듬히 가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급기야 안전의 위험을 느낀 우리 큰 아들은 "엄마, 정신 차리고 운전 똑바로 하세요."라는 말까지 하게 되니 내가 이 봄에 얼마나 취하여 사는 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성당에서 나와 마음 먹고 동네 아름다운 꽃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몰고 이리 저리 돌아 다녔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지는 못하였다. 낯선 내가 다른 이들의 정원에 피어 있는 꽃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들꽃을 찍을 기회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도로변에 있으니 차를 맘대로 세울수도 없고...
 
대신 한참 동안 꽃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와서는 내 울타리 안에 있는 꽃들을 찾아 보았다.
 
나는 사실 훌륭한 정원사가 못되기 때문에 꽃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 정성과 사랑을 담뿍 담아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해야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의 정성이 부족하여 별 기대도 않던 우리집 울타리 안에서 모란 꽃망울을 발견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좋아하는 모란꽃 뿌리를 사다 담 아래 심어 놓았지만 당췌 꽃을 피우지 않았었다. 꽃을 피우지 않는 모란이라 섭섭해 하기도 했다. 자리도 옮겨 심어도 보았었다. 하지만 꽃은 커녕 잘 자라지도 못하는 듯 보였는데 오늘 꽃망울을 맺은 것을 보고는 기쁨의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림이 필요한 거였구나...
 
해마다 어김없이 피는 패랭이 꽃도, 나무에서 피는 꽃들도 약속이나 한 듯 꽃을 피운다.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는 것도 잔디와 풀이 자라는 것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그렇게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있다.
 
다른 이의 울타리 안에 피어 있는 꽃과 들판에 피어 있는 꽃도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내 울 안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이 더욱 소중하듯 내 안의 꽃, 내 가정 안에 주님의 꽃을 활짝 피우기를 소망해 보는 아침이다.
 
가장 가까이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꽃들을 사랑하고 사랑한다는 말 또한 아낌없이 하며 살 수 있도록 주님 도와 주세요. 
 
오늘 복음 말씀에서 네 형제를 일흔 일곱 번 용서하라는 말씀을 하세요.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만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시지요. 저는 그저 사랑하는 일에만 애를 쓰고 싶습니다.
 
오늘도 모두 주님 안에 좋은 날 되세요. 저는 또 후다닥 뛰어 갑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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