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 송영진 모세 신부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3-31 | 조회수674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사순 제3주간 목요일>(2011. 3. 31. 목)(루카 11,14-23)
<기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3월 31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 것을 본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이 '저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서 마귀를 쫓아낸 것이다.' 라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다른 기적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은 어떤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대표적인 기적은 바다가 갈라진 일입니다. 성경에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바다를 가르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기적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1) 그것은 분명히 하느님께서 하신 일(기적)이다. 2) 그것은 마귀가 세상을 혼란시키려고 한 일이다. 3) 바다가 갈라지는 것은 때가 되면 일어나는 자연 현상일 뿐이고, 우연히 그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생긴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4) 우연의 일치는 아니지만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기적이 아니다. 5) 깊이가 얕은 곳을 찾아내서 건넜으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바다를 갈라 주셨다고 믿었다. 6) 실제로는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단체로 착각했거나 어떤 환상을 체험했을 것이다. 7) 탈출기를 기록한 사람이 소설을 쓴 것이거나 사기 친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대표적인 기적은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부활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1) 예수님의 부활은 분명히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이다. 2) 그것은 마귀가 장난친 것이다. 3) 예수님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잠깐 의식을 잃었을 뿐이고, 부활이 아니라 의식을 되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제자들을 속인 것이 됩니다.) 4) 실제로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일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례도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적이 아니다. 5) 예수님은 죽지도 않았고, 부활한 것도 아닌데,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제자들이 그렇게 믿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다. 6) 예수님이 죽은 뒤에 제자들이 단체로 어떤 환상 같은 것을 체험했거나 뭔가를 착각했을 것이다. 7) 제자들이 세상을 상대로 사기 친 것이다.
어떤 말이 가장 그럴듯합니까? (각자 스스로 반성해볼 일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모르겠다.' 라는 반응이 있습니다. '내 능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기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라는 뜻으로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구약의 기적이나 신약의 기적이나 간에 모든 기적에 대해서 같은 말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여러 가지로 달라집니다. 자기 혼자만의 개인적인 체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적을 체험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고, 마귀가 장난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뭔가 착각했나보다, 라고 생각하거나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안 믿으려고 작정한 사람을 설득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어차피 기적이란 논리적으로, 또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해볼 일은 과학에 대한 맹신입니다. 모든 일을 과학으로 설명하려고 하고, 과학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를 부정하는 대신 과학이 종교처럼 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의 과학은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고, 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기적은 기적입니다. (하느님께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적을 행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과학을 이용하시면 안 됩니까?)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고 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의 우상숭배에 빠진 것입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대과학자들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신앙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과학자 근처에도 못갈 사람들이 과학을 핑계로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같잖다.' 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 다음에, 기적에 대해서, 그것은 우연의 일치다, 라고 하면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우연의 일치 자체가 곧 기적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또 예수님의 제자들이 단체로 착각했거나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믿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유대인들이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든 간에 사람들의 믿음은 분명한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막연하게 '그냥 그렇다고 하자.' 라는 식으로 믿은 것이 아닙니다.
탈출기를 기록한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거나 예수님의 제자들이 사기 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후의 역사를 보면 간단하게 부정됩니다. 탈출기의 기적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신앙의 토대가 된 기적입니다. 거짓말을 바탕으로 그 긴 역사 동안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도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들은 아무도 순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가 한 거짓말을 사람들이 믿게 하려고 목숨을 바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순교자가 어디 한 두 명입니까? 마지막으로 마귀가 장난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장난친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아닌 마귀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을 마귀가 다스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후에 마귀에게 넘겨주었거나 아니면 마귀가 하느님과의 싸움에서 이겨서 세상을 차지했거나 아니면 하느님과 마귀가 동업자이거나...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건 하느님께서 인간들을 속인 것밖에 안 되고, 성경이라는 책 전체가 거짓 내용이 되어버립니다. 서양에는 더러 마귀(악마) 숭배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마귀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귀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인간 사회의 모든 선과 사랑과 정의와 진실 등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게 됩니다. 우리가 그런 것들을 위해 노력할 이유도 없게 됩니다. 마귀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이 세상이 바로 지옥입니다. 자, 다시 3월 31일의 복음 말씀으로 돌아갑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다." 하느님의 기적을 기적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마귀가 한 일이라고 하는 자는 마귀 편에 선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하십니다.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마귀 편에 선 자들은 마귀와 함께 멸망할 것이라는 경고 말씀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