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그때에 9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11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2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14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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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 수도원에서 월례 피정 (수도자들이 한 달에 한 번 하는 정기 피정) 을 마치고 형제들이 한 달 동안 살면서 잘못한 것과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매우 엄격한 수사님 한 분이 일어나 몇몇 형제들이 청소를 잘 하지 않는 것과 금육을 지키지 않은 것 그리고 기도와 미사 시간에 지각한 것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런 실수를 한 형제들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죄인처럼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그 수사님은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를 가만히 지켜본 원장 수사님이 조용한 목소리로 한 말씀하셨다. “형제님의 말이 다 옳습니다. 또한 형제님은 앞서 말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금 형제님은 세 치 혀로 몇 명의 형제들을 죽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는 분명히 열심히 사는 신자다. 하지만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자신의 행위를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라기보다 남들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예수님은 바로 바리사이의 이와 같은 교만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도 이 바리사이처럼 가끔 교회나 직장에서 자신의 성과나 업적을 통해 타인을 평가하고 단죄하는 경우가 있다. 살다 보면 타인의 잘못과 실수를 말해 주어야 할 때가 있지만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업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세리처럼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할 때 가능하다.
김상태신부(도미니코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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