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연을 닮고 싶다 | |||
---|---|---|---|---|
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11-04-05 | 조회수461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는 일은 축복이다. 오늘은 4월 5일 한국에서는 식목일이다. 미국에서 식목일(arbor day)은 4월 29일로 날짜는 다르지만 나무를 심는 날이 있다. 내겐 4월 5일이 더 익숙한 식목일이다. 초등학교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식목일이 되면 학교에서 나무를 심는 행사를 하곤 했었다. 시골에서 살 때는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과 함께 야산에 가서 나무를 심기도 하였고 도시로 이사한 후에도 식목일이 되면 의례히 학교에서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배우고 나무를 심는 조촐한 행사들을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나무를 가꾸는 일은 물론이고 시골 정원을 꽃천지가 되도록 만들어 주셨고 동네 빈터에는 코스모스 씨를 뿌리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꽃 앞에서 사진을 찍어 주시곤 하셨다. 부지런함이 몸에 베어 사셨던 아버지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물론이고 작은 논과 밭을 빌려서 각종 작물을 심으시고 수확하시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셨다. 소, 돼지, 닭을 키우고 게다가 양봉까지 하셨으니 선생님보다는 농부에 가까운 삶을 사셨던 것 같다. 은퇴하신 지금도 동네 공터에 밭을 일구고 야채를 심고 하는 일을 소일거리로 삼아 지내신다. 아버지 덕분에 나는 농사일이며 자연 안에서 노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 봄이 되면 아버지께서 파 놓으신 고랑에 가르쳐주신대로 내 손 한뼘의 넓이로 마늘을 흙 안에 밀어 심고 흙을 덮었다. 싹이 나고 마늘쫑이 날 시기가 되면 마늘쫑을 뽑으러 함께 가고 콩, 고추, 고구마 등이 한창 수확될 무렵이 되면 여러 가지 수확물들을 고사리 손으로 따곤 했었다. 우리집 반찬은 늘 수확된 채소들로 채워지고 가을이면 밥상이 더욱 풍성해졌다. 햇고구마를 캐서 흙을 털어 내고 엄마가 이로 껍질을 벗겨 주신 그 고구마 맛...흙 맛도 약간 섞여 있었지만 세상에서 제일로 달콤한 생고구마 맛이었다. 감을 주우러 다니고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기 위해 동네 어른들과 친구들과 모여 밤늦게까지 감을 깍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농사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수고를 들이고 기다리고 그리고 맛보는 기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소풀을 베러 가셨다가 가지채 꺽어다 주신 산딸기가 너무 맛나서 아버지가 산에 가실 때면 오늘은 산딸기를 아주 많이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었다. 농사 짓는 일이 많이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내 어린시절 농부 아버지는 자연과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지를 가르쳐 주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이 주는 혜택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지를 알고 느끼게 해 주셨다. 그런 까닭에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경이로운 자연에 고개를 숙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처럼 내가 농사를 짓고 살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버지를 통해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소중함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다. 거짓이 없고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알고 인간에게 주는 혜택에 감사함을 지니고 사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사실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과 가깝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알게 해 주실 것이다.
지난 봄 방학에 쉬는 수요일 날 가까운 곳에 놀러 갔었다. 공룡 발자국이 있고 물이 있고 산이 있는 곳이었다. 물을 따라 걷고 산과 언덕으로 트래킹을 하다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가 깊은 곳에 이르렀다. 작은 아이가 갑자기 '엄마, 우리 잠깐 서서 고요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자.'라고 제안을 하였다. 어쩌면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나보다 더 자연에 가까이 자연과 함께 놀며 감사하고 사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 모두는 멈추어 서서 눈을 감고 고요안에 잠심하는 순간을 체험하였다.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첨단 기기로 소통을 하는 일이 너무나 손쉽게 되어간다. 하지만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느님의 마음, 자연을 닮은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침 미사에 참례하고 침묵 중에 기도하며 자연을 닮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물은 오직 하느님으로 부터 비롯된다는 생각도 하며 내가 매일 미사를 통해 치유를 경험하듯 몸과 마음이 아픈 영혼들이 하느님 손길 안에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도 하였다. 눈 먼 이를 눈 뜨게 하고 병자를 고쳐주시는 오직 사랑이시고 무한한 자비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오늘도 바라보며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족한 생각과 글 나누고 갑니다. 부족한 글로 제 생각과 마음을 모두 전달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 안에 자연처럼 모두 평화로우시길 기도 드립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좋은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