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4월 14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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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4-14 | 조회수947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4월 14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 요한 8,51-59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조롱과 모욕의 돌팔매 사이를 뚫고>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인간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받는 수난의 메시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복음을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느끼셨을 엄청난 통증과 처절한 고독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십니까?
“당신, 행동하는 것 보니, 뭔가 이상해. 내 생각에 몹쓸 악령이 들린 것 같아. 당신 눈을 한번 들여다 봐. 정말 이상하잖아. 틀림없이 더러운 귀신이 옮아붙었나봐.”
이런 말 들었다면 정말 펄쩍 뛰겠지요. 세상 살맛 안 나겠지요. 마귀 들렸다는 말, 아무에게나 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심각한 말이고, 충격적인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인들은 공공연하게 예수님께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공개석상에서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들이 둘러서서 나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비아냥거리는 그 한 가운데 홀로 서 계신 체험을 해보셨습니까?
유다인들은 불경스럽게도 예수님을 둘러싸고 놀려댑니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이 말은 ‘아직 나이도 어린 것이, 새파란 것이, 세상물정도 모르는 것이 그렇게 설쳐 대냐?’고 따지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사람들로부터 돌을 맞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어린 시절 장난으로 맞아본 돌이 아니라 정말 살기(殺氣)를 지니고 던지는 돌말입니다.
예수님을 둘러서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이미 손에, 손에 커다란 돌을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들은 예수님을 돌로 처형하려고 마음먹고 거기 서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다가오는 목숨의 위협, 거듭 조여 오는 유다인들의 올가미 앞에 홀로 온몸으로 맞서시는 서른세 살의 고독한 청년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안쓰럽기만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수난의 전조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천천히 예정된 죽음을 향해 나아가십니다.
하느님이셨지만, 철저하게도 인간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어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예견된 죽음이 이 세상 그 누구도 체험해보지 못한 가장 비극적이고 끔찍한 죽음이 되겠기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원하시니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던지는 조롱과 모욕의 돌팔매 그 사이를 뚫고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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