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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2 조회수1,271 추천수2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4월 22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For this I was born and for this I came into the world,
to testify to the truth.
Everyone who belongs to the truth listens to my voice.”
(Jn.18.37)
 
 
제1독서 이사야 52,13ㅡ53,12
제2독서 히브리서 4,14-16; 5,7-9
복음 요한 18,1ㅡ19,42

어제 오후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부님 잘 지내죠? 부탁 좀 할게요. 본당 성모의 밤에 낭송할 성모님께 드리는 글을 써오라는데 감이 안 오네요. 대충 초안만 잡아주면 정말 고맙겠네요. 메일로 다음 주까지…….’

이 문자를 보낸 번호는 제가 잘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즉, 제 휴대전화에 입력되지 않은 새로운 번호였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잘 모르는 사람일 텐데, 그런데도 어떻게 저한테 성모님께 드리는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부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기분도 좀 안 좋아졌습니다.

사실 자신이 이번에 어린이 강론을 하게 되었는데 도저히 못쓰겠다고, 매일 강론을 쓰는 신부님이 어린이 강론에 맞춰서 써서 보내 줄 수 없냐는 이메일을 가끔 받거든요. 따라서 저는 이렇게 강론 부탁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모의 밤에 쓸 글까지 부탁하는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신부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로 이상했습니다. 어떻게 제가 잘 모르는 사람이 저런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요. 그래서 그 휴대전화의 번호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유심히 보니 끝자리 4자리 숫자가 많이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 4자리 번호를 확인해보니, 맞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잘 아는 분, 저와 너무나도 친한 분의 휴대전화였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저한테 어떤 부탁도 해 본 적이 없으신 분이었는데, 본당 수녀님으로부터 ‘성모의 밤에 성모님께 드리는 글’을 써오라는 말을 듣고 며칠을 고민 중에 저한테 힘들게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냐면서 불쾌하게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제가 처음 보는 번호였을까요? 그분이 휴대전화를 새롭게 구입하면서 번호를 바꾸게 되었는데, 제 휴대전화에 번호를 입력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제가 이 분의 번호를 입력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의 잘못된 판단과 결론을 스스로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묵상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은 사람들이 몰랐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면, 그들이 과연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렸을까요? 또한 뺨을 치고 침을 뱉으며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는 모욕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예수님을 향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칠 수 있었겠습니까?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잘못된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즉, 제대로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판단과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섣부른 판단과 결론은 예수님을 향해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나의 이웃을 향해서도 먼저 판단하기 보다는 먼저 알고 이해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합시다. 더 이상 실수하지 않도록…….

 

사람은 무엇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다(조이스 마이어).





해무리
 

어떤 자매님께서 찍으신 답동 성당 위에 선명하게 생긴 해무리.
 
 
어제 낮에 성유축성미사가 있었습니다. 성유미사를 마치고 주교좌성당 마당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하늘을 보라고 합니다. 마치 달무리처럼 태양을 주위로 커다란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주교님께서 성체를 축성하시는 순간에 해무리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정신없이 찍고, 또 어떤 분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도 많이 했다고 하네요.

신비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인터넷을 뒤져보니 해무리라는 것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해무리가 자주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즉, 권운이 태양이나 달 주위에 끼는 경우에 해무리나 달무리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직접 처음 보다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제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에 해무리를 보내셔서 우리 교구의 50주년 행사를 미리 축복해주시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 또 기타 우리 교구에 여러 가지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습니다.

사실 해무리가 끼면 비가 올 징조라고 합니다. 해무리는 온난 전선과 저기압의 전면에 나타나는데, 이때 비 올 확률은 70%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 오는 날이 결코 좋은 날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도 이렇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Mariage D'amour/George Davi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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