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월 14일 토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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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14 | 조회수769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5월 14일 토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 요한 15,9-17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부족한 나, 충만한 그분>
오늘 우리는 배신을 때린 제자 유다를 대신해서 엉겁결에 사도로 뽑힌 마티아 사도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티아가 워낙 기본이 되어 있던 사람, 초대교회 신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추천을 받을 정도로 여러 측면에서 모범적인 사람이었기에 베드로 사도에 의해 사도 후보자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티아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마티아는 또 다른 후보자 유스토와의 심지뽑기를 통해서 사도로 선출되었습니다.
마티아가 제비뽑기를 통해 사도로 불림을 받는 과정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너무도 오묘하다는 것, 인간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제 성소를 통해서도 잘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때 단란한 가정을 꿈꾸던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걷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손길이 느닷없이 저를 감싸더니 인생이 180도 바뀌고 말았습니다. "나는 아닐텐데, 이 길은 내 길이 아닐텐데...하면서 셀 수도 없이 거부할 때마다 하느님의 손길은 더욱 강하게 제 삶을 사로잡아 저는 꼼짝도 못하게 되었지요.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는 말씀, 제 개인적으로 너무도 절실히 와 닿는 말씀입니다.
내가 부르심에 합당하지 않지만 하느님 그분께서 나를 불러주셨기에 나는 합당합니다. 나는 부족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충만하시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 전 수도생활을 꿈꾸고 있는 몇몇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들의 수도생활 선택 동기가 너무도 비극적이거나 희극적이어서 서글펐습니다.
수도생활이란 삶 전체를 건 모험이자 투신입니다. 심심풀이 삼아 그저 한번 경험하고 말 성격의 생활이 절대 아닙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숙고와 일생을 건 결단을 통해 이루어져야할 진지한 선택이어야만 합니다.
수도원은 이 세상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또 다른 하나의 탈출구, 제 2지망 장소가 절대로 아닙니다.
수도원은 사랑을 실패했다거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속울음을 울면서 마지못해 선택하는 삶도 결코 아닙니다.
수도원은 세상의 고통과 십자가를 피하기 위해 들어오는 일종의 피난처 역시 아닙니다.
수도생활은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이 보다 높은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의 삶이며 투쟁의 삶입니다.
비록 심지 뽑기로 사도에 당첨된 마티아 사도였지만, 오묘한 방법으로 자신을 불러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선배 사도들 못지 않은 충실한 복음 선포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를 생명과 세례성사로 또 수도자로, 평신도 성소에로 불러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은 결과가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마티아 사도처럼 이왕 주어진 내 삶의 몫이기에 기쁘게 수용하고 기꺼이 투신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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