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잘 안다는 것은 단순한 배경지식이 아니라 믿음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편안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음성을 잘 안다는 것은 믿음과 사랑을 전제합니다. 착한 목자와 양은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목자가 양을 잘 안다는 것은 양의 건강상태와 성격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안다는 것입니다. 목자를 잘 알기에 양들은 믿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알아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함께해야 합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때, 눈빛만 봐도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영혼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보고 듣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예수님의 음성을 알아듣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잘 분별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말, 행동에서 나오는 것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합니다. 흙탕물을 가만히 두면 흙이 가라앉아 물속이 보이듯이,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웃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도 들을 수 있습니다. 주님은 모든 사람의 임마누엘이십니다. 목자이신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미사 중에 침묵은 매우 중요합니다. 말씀을 듣고 침묵하며 나한테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어떻게 나를 이끄시는지를 민감하게 느껴야 합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듣는 때입니다. 마음을 다해서 알아듣고 온몸으로 따르는 미사 안에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고 말씀하신 대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충만한 기쁨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박동순 신부(청주교구 구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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