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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0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20 조회수852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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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요한 14,1-6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빛나는 작은 길>

 

 

     아주 크고 사납고 나이도 먹어 산전수전 다 겪은, 그래서 사는 것도 지루해 보이는 큰 개와 인형같이 작고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새끼 강아지가 있다면 아이들은 어느 쪽으로 달려가서 놀겠습니까?

 

    아마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작고 어린 강아지 쪽으로 달려가겠지요.

 

    살레시오 회원으로 살아가면서도 비슷한 체험을 합니다. 잘 성장해서 체격도 이젠 당당하고, 공부도 곧잘 따라가고,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는 아이와 어린 시절부터 못 얻어먹어 체구도 또래 아이들과 크게 비교될 정도로 왜소하고, 자주 아프고, 늘 뒤처지는 아이가 있다고 할 때, 먼저 시선이 가는 쪽은 어느 쪽일까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당연히 덜 떨어진 아이에게로 시선이 먼저 가겠지요.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리가 잘나고 똑똑해서일까요? 우리가 그간 쌓아온 업적 때문일까요? 우리의 성공, 승승장구해온 빛나는 삶 때문일까요?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의 결핍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족함, 우리의 나약함, 우리의 한계, 우리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의 결핍은 하느님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향한 한량없는 하느님의 측은지심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봤습니다. 결핍, 작음, 나약함, 연약함, 소박함...이런 단어들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물질만능주의, 성장제일주의 경제우선주의 구호에 파묻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홀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도 좁고 작은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작은 모습으로 오셨고 인간으로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겸손의 삶을 일관되게 살아가셨습니다.

 

    그분은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 젖어들지 않으시고 초지일관 가난과 소박함을 바탕으로 한 무소유의 삶, 영적 삶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가리켜 ‘길’이라고 지칭하십니다. 오직 그 길만을 총해 하느님 아버지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그 길, 오늘 우리의 묵상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길은 작음과 겸손함, 한없는 자기낮춤, 가난을 배경으로 한 빛나는 작은 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길과 진리와 생명. - 김정식 로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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