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에 들어가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치며 말씀하시는 대목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특별히 성령께서 하시는 일들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는 부분인데,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묵상 형태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다지 긴 복음이 아닌 만큼 한 줄 한 줄 마치 렉시오 디비나를 하듯 음미하며 뜻을 깊이 새겨 알아듣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지금은 너희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하고픈 말이 많아도 다 할 수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뜻이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구절마다 담겨 있는 뜻을 헤아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곧 삼위일체의 관계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깊이 알아듣는 바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떠나신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성령의 시대라고도 일컫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성령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든지, 우리 삶을 성령께서 주관하시도록 맡겨드려야 한다든지, 성령의 힘으로 살아내야 한다든지 하는 말을 종종 합니다. 이런 것과도 관련지어 이번 기도 안에서는 특별히 성령에 대한 감각을 가능한 한 충분히 몸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성령에 대한 감각이나 성령의 힘으로 살아내는 것은 책 몇 줄 읽는다든지 강의를 들어 머리로 알아들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내 온몸으로 알아듣는 것이 필요하며 뱃속 깊은 데서 알아듣고 그 힘을 길어올려 살아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고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성령의 현존이나 감각 또는 그 힘에 대해 입으로야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그런 것들이 우리의 구체적 삶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해주지 않음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가 정말 중요해집니다. 특별히 성령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기도 중에 깊이 머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겠습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 대한 묵상기도를 통해 성령을 더 잘 이해하고 살아내기 위해 기도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한 인식과 기도를 향한 열정을 키워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도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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