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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대와 ‘진리의 영(Paraclete)’" - 5.30, 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6-02 조회수318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1.5.30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사도16,11-15 요한15,26-16,4ㄱ

 

 

 

 

 

"환대와 ‘진리의 영(Paraclete)’"

 

 

 

말씀 묵상 중 어린왕자에 나오는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사막이 빛나는 것은 사막 어딘 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바꿔 ‘교회가 빛나는 것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환대의 사람들과 진리의 영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 어느 자매님과 면담성사 때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타향살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동생들을 가르치고 결혼한 후에도 지금까지 온 몸으로 일해

가족을 부양해 온 자매님입니다.

 

그런데 옷 만드는 재봉 일을 약 40년 하다 보니

손가락이 문제가 생겨(류마치스 퇴행성 관절염)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손가락 열 개로 동생들과 가족들을 먹여 살린 자매님이,

손가락들이 참 위대해 보였습니다.

까맣게 잊고 지낸 손가락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는

자매님의 고백이었습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드러나는,

까맣게 잊고 지내다 언젠가 갑자기 깨달아 드러나는

고마운 사람들이나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 교회나 수도원이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자매님의 손가락들 같은

무수한 신자들의 물심양면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깨닫습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의 손가락들’ 같은 신자들입니다.

교회의 선교활동을 떠받치는 숨겨져 있는 두 요소가 환대와 진리의 영입니다.

 

 1독서의 바오로와 그 일행을 겸손히 환대하는 리디아가 그 모범입니다.

‘바오로가 하는 말이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리디아의 마음을 열어주셨다.

 리디아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입에 오셔서 지내십시오.” 하고

 청하며 우리에게 강권하였다.’

 

이런 리디아와 같이 숨겨진 보물 같은 환대의 사람들이 있어

바오로의 선교활동이 가능했고

오늘 날 교회나 수도원 역시 이런 이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가 몸이라면 환대의 사람들은 몸의 손가락들 같습니다.

교회의 선교활동에 환대의 사람들과 한 쌍을 이루는 진리의 영입니다.

 

이 둘의 특징은

겸양으로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다(self-effacement)는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역설적 역할을 하는 환대와 진리의 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교회선교활동에서

진리의 영의 역할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한다.”

 

진리의 영이 직접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증언하고 우리는 진리의 영을 도움을 받아 증언하니

결국 보호자의 증언과 우리의 증언은 하나의 증언을 이룹니다.

 

진리의 영에 활짝 마음을 열고

진리의 영의 보호와 인도 하에

증언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주님을 마음 깊이 환대하면서,

하느님의 손가락들 같은 교회 내의 숨겨진

환대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 또한 진리의 영에 따라 증언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주님, 저희가 언제나 이 미사 신비의 풍요로움을 체험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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