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5일 주님 승천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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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05 | 조회수693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6월 5일 주님 승천 대축일-마태오 28,16-20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샘이 메마를 때>
저희 집 성모상 아래에는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이 연못의 특징은 ‘자연성’입니다. 연못 위쪽 작은 파이프를 통해서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자연스럽게 유입됩니다. 고여 있던 물은 배수관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갑니다. 그러다보니 사시사철 물이 맑습니다.
물론 연못 안에는 강가로 소풍가서 잡아온 피라미들이며, 작년에 사다 풀어놓은 금붕어들이며, 이젠 제법 어른스러워진 비단잉어들이 쉼 없이 헤엄쳐 다니고 있습니다. 고여 있지 않고 늘 흐르는 물에 사는 녀석들이기 항상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올 봄 가뭄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문제가 한 가지 생겼습니다. 산으로부터 유입되던 물이 뚝 끊긴 것입니다. 거기다가 사방에 흩날리는 송화 가루며, 나뭇잎들이 침전되면서 물이 갑자기 혼탁해졌습니다. 그 안에 사는 녀석들도 자연스럽게 시들시들, 표정들이 어두워졌습니다.
할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연못 대청소를 하고 지하수로라도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우리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정체된 교회는 문 닫게 마련입니다. 우리 교회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야지 멈춰 섰다가는 끝장입니다.
교회가 움직인다는 것, 흐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선교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분의 사랑과 자비, 그분의 존재와 전지전능하심을 알리는 일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가했던 교부들은 ‘교회’에 대해 정의하면서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나그네 길을 가고 있는 교회는 본성상으로 선교적이다.”
선교는 신앙생활의 한 부분으로 권장하는 측면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필수과목’입니다.
만일 한 본당공동체나 수도공동체가, 한 그리스도인이 선교하지 않는 것은 그 본성을 저버리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이 말씀은 한 마디로 선교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좋은 사상을 접하면, 그 사상에 매료된 나머지 어떻게 해서든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겠지요. 존경하는 인물을 만나면 그분이 너무 좋아 어떻게 해서든 이웃들에게 그분을 소개해드리고 싶겠지요.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을 알게 되면 어서 빨리 식구들에게 그곳을 추천하고 싶겠지요.
선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하는 선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만난 예수님이 너무 좋아서, 그분의 향기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전하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선교의 모습입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축복이 너무나 감사하기에, 나를 향한 하느님의 은총이 너무나 행복하기에, 그분 사랑이 너무나 감미롭기에 그분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이런 바탕에서 전교가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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