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6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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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용현 | 작성일2011-06-07 | 조회수46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11ㄴ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켰습니다. 이제 이들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모든 것이 아버지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제가 이들에게 주고, 이들은 또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제가 아버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참으로 알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은 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나의 일생이 몇 시간, 단지 몇 시간이 남았을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세상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고, 그 때를 내가 알게 되었을 때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주님수난 성목요일 미사가 끝나고 성체조배를 할 때면 항상 읽게 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주님께서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셨다는 기도의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그 때를 준비하며 내어 놓으시는 마지막 말씀입니다. 십자가에서의 이야기들을 묵상하며 의미를 찾는 우리들이지만, 사실 주님이 남기신 마지막 말씀으로 보아야 될 소중한 말씀 하나 하나입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예수님은 시종일관 자신의 각오에 대한 이야기 없이 아버지만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청하고 있습니다. 떠나야 할 사람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는 주님의 자신의 삶에 대한 진술은 당신의 삶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사명을 되새기고 그 일을 했노라는 증언입니다. 그 사명은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입에 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아버지가 원하시는 이들에게 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은 목숨을 바치는 순간 앞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새기고 있습니다. 아들은 이제 그 일을 이뤘으니 그 이전 영광으로 당신을 돌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 회복되어 아버지를 뵙기를 청하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기도는 예수님 당신에 대한 청으로 마무리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먼저 찾고, 이제 당신이 원하는 또 하나의 소망을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당신의 사람들을 위한 청입니다.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이들은 주님의 제자들을 말합니다. 그들은 이제야 당신을 알았노라며 주님께 하느님에게서 온 분이라는 깨달음을 겨우 얻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깨달음은 온전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이들에게 아버지께 받은 것을 전했고, 이들이 당신이 아버지께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증언하십니다. 그 부족하고 부족한 제자들, 당장 이 산에서 내려가 잡히시는 모습을 보고 도망갈 이들에 대한 증언입니다. 2000년이 지나 사건을 이해하는 이들의 눈에 주님의 증언과 실제 제자들의 모습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보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의 기도는 이 모자란 제자들이 깨달음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죽음 뒤에 이 제자들을 온전히 아버지께 맡기고 있음을 봅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서기에 합당한 자가 되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하는 세상,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예수님의 이 기도는 안타깝고 처량하기까지 합니다.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아닌, 당장 당신을 버릴 제자들을 위해 간절히 청하는 이 기도는 거창한 책 한권의 위인의 잘 정리된 모습으로 보기에도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 남은 시간 예수님의 바람은 그렇게 당신이 사랑하신 이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깨달음도 완전치 못하고 아직 스승처럼 살아가는 삶을 확인받지도 못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없는 그들, 그래서 스승의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것이 전부인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스승은 그들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아버지께 돌려 드립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께 그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합니다.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해도 예수님께서 이처럼 간절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당장에 그들은 이 스승을 버립니다. 그러나 주님의 기도 속에 제자들은 너무나 존귀한 존재들입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맡기신 이들이었으나 지금은 예수님 당신이 마지막까지 부탁하고픈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 결국 아들의 증언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알게 되는 이들이 우리 식대로 그리 뛰어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또한 아들의 간청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지금, 하느님을 안다는 사람들. 그리스도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래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삶이란 것들을 쏟아내는 사람들. 그들은 오늘 주님의 기도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 아들의 일치가 놀랍기만 합니다. 그 일치 속에 사랑받는 아직 졸고 있는 제자의 모습이 어찌 내 모습과 겹치는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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