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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2 조회수12,702 추천수0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1) 빵


프레첼, 기도하는 모습에서 유래… 단식과 금육 의미 새기며 지켜야

 

 

무엇을 먹을까? 사순 시기가 시작되면 ‘현실적’으로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금육(禁肉)과 단식(斷食)을 통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며 이웃을 위한 자선, 즉 사랑의 열매가 그 어느 때보다 잘 영글도록 특별히 노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5주간에 걸쳐서 사순의 음식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무인 금육은 재의 수요일과 사순 기간 모든 금요일에, 단식은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지켜야 한다. 단식은 만 18세부터 60세까지, 금육은 만 14세부터 모든 신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단 노약자나 임산부, 환자 또는 특별히 허락받은 사람 등은 제외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인의 밥상에 고기가 빠지기 어렵다. 고기를 구워먹지 않더라도 고깃국물이 밥상에 빠지지 않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느새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신경쓰면 ‘단식’과 ‘금육’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면서 건강하게 사순을 보낼 수 있다. 

 

빵. 한국인에게도 이젠 밥 다음으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교회는 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긴 반죽을 8자 모양으로 꼬아 구워낸 ‘프레첼’(Pretzel)은 고대 그리스도교의 사순 시기 음식이었다. 사순 시기가 기도의 때라는 것을 상기하고 기도하는 팔 모양으로 빵을 만들었다고 한다. ‘핫 크로스 번즈’(Hot Cross Buns)는 영국 성 알바노 수도원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책임을 맡은 로클리프 신부가 1361년 성금요일에 이를 기리고자 십자가를 번에 표시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대림 시기에도 만들어먹는 ‘슈톨렌’(stollen)은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껍질, 아몬드,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 독일식 케이크로, 예수 부활을 기다리며 조금씩 잘라 먹는다. [가톨릭신문, 2018년 2월 25일, 최유주 기자]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2) 맥주


수도자들 허기 달래던 ‘액체 빵’

 

 

사순은 절제의 시기다. 단식(斷食)과 금육(禁肉)을 실천하는 시기인 만큼 평소에 잘 먹고 피우던 고기와 담배도 끊고, 이를 통해 절약한 것을 기부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금주(禁酒) 역시 당연한 것 아닐까. 성경에서도 술에 대해 언급한다.

 

‘술은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취한 채 너의 길을 걷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토빗 4,15)

 

하지만 의외의 사실이 있다. ‘맥주’가 사순 때 마시던 음료라는 것이다. ‘호가든’, ‘트라피스트’, ‘파울라너’, ‘레페’…. 맥주의 역사는 기원전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즐겨 마시고 있는 이 수입 맥주들은 양조 기술을 보존하고 개발한 중세 수도원에서 유래됐다. 

 

중세의 수도자들은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절제와 보속의 정신으로 짐승 고기 외에 물고기나 달걀까지도 먹지 않고, 대신 빵과 마른 채소로 식사를 하는 금욕 생활을 했다. 이 시기 엄격한 식사생활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제공된 것이 맥주다. 보리를 원료로 만들어진 맥주는 열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액체 빵’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영양을 위해 만들어진 음료인 만큼 현재 맥주의 맛과 달리 농도가 강하고 쓴 맥주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 전통은 오늘날 몇몇 맥주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말처럼 술을 많이 마시면 분명 독이 된다. 그렇지만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세 수도자들이 그랬듯 허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맥주 한 잔은 사순 시기 또 다른 한 끼가 될 수 있다.

 

‘제때에 술을 절제 있게 마시는 사람은 마음이 즐거워지고 기분이 유쾌해진다.’(집회 31,28)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4일, 최유주 기자]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3) 생선요리


물고기는 금육서 제외… 금요일, 해산물 특식도

 

 

가톨릭은 유다교나 이슬람교와 달리 엄격한 음식 제한이 없는 편이다. 그 대신 특별한 시기,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있어서는 음식을 통해 성사적인 의미를 반영해왔다. 가톨릭 신자들이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음식 또한 영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피를 흘리신 날에 피 흘린 육류 고기를 금하는 것은 이러한 뜻과 연결된다.

 

물고기는 이 금육 규정에서는 제외된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루카 9, 16)라고 성경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성체성사가 상징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1962년 시작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금육이 지금보다 더 잘 지켜졌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냈다. 미국에서는 이 관습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에도 금요일엔 특별 요리로 해물 요리나 ‘오늘의 메뉴’로 조개를 이용한 스프 등의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 음식처럼 특별 요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는 생선요리는 다양하다. 음식을 해먹기 바쁜 직장인이라면 생선 초밥이나 연어 등을 이용한 샌드위치, 샐러드로 식사를 해결해볼 수 있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밥반찬으로 고등어나 갈치, 삼치 등을 이용해 조림을 하거나 구이로 해먹는 것도 좋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로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면 해산물을 재료로 한 탕 요리를, 매콤한 음식을 찾고 있다면 주꾸미, 낙지, 오징어 등을 이용한 볶음 요리를 추천한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1일, 최유주 기자]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4) 튀김


포르투갈서 유래된 요리… 생선 튀겨 먹으며 금육지켜, 선교사들 일본에 전파해

 

 

겨울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 생각나곤 한다. 사순 시기 금요일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싶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가 있다. 튀김이 그 주인공이다. 튀김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간단히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에게 대중적인 음식이다. 

 

‘덴푸라’(天ぷら)라는 일본식 이름으로도 자주 불려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튀김은 포르투갈에서 유래된 요리다. 

 

포르투갈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엔 ‘사계’(四季, Ember Days)라는 전례 시기를 지켜왔다. 

 

‘사계’는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농작물에 대한 강복을 청하고, 성직자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기 위해 제정했다. ‘사계’에 맞이하는 첫 번째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은 사계의 재일(齋日)이라고 해 단신과 금육을 했다. 특히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날에는 육류 대신 생선을 기름에 튀겨 먹었다. 

 

16세기 일본은 서양과 교류를 시작하며 나가사키 항구를 열었는데, 이 때 예수회 소속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도 선교사들은 금육을 지키기 위해 생선을 튀긴 음식을 먹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기름에 튀긴 음식 자체가 드물어 선교사들이 만든 음식은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덴푸라’는 일본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아 고급 음식으로 여겨지다 점차 대중적인 음식으로 퍼져나갔다.

 

튀김 요리는 쉽게 사서 먹을 수 있지만 직접 조리해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생선, 새우, 채소 등 원하는 재료는 무엇이든 먹기 좋게 잘라 밀가루와 달걀, 물을 섞어 만든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면 된다. 입맛에 따라 간장, 고추, 레몬 등을 섞은 소스를 곁들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8일, 최유주 기자]

 

 

[사순 시기, 무엇을 먹고 마실까] (5 · 끝) 치즈


구약성경에도 나온 오래된 음식, 중세 수도원서 제조기술 발전, 수도자들 단백질 공급원 역할

 

 

‘이 치즈 열 덩이는 그곳 천인대장에게 갖다 드리고, 형들이 잘 있는지 살펴보고 그들에게서 잘 있다는 표를 받아 오너라.’(1사무엘 17,18) 

 

치즈는 구약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들이 그러하듯 치즈에도 교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치즈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추측되지만, 치즈 제조 기술을 발전시킨 곳은 바로 중세 수도원이었다. 특히 당시 금육을 지키던 수사들에게 치즈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 치즈 속에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덕분이었다. 

 

일상의 모든 행위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라고 여겼던 수사들은 치즈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공을 들였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치즈는 품질이 매우 좋았고, 수도원 밖에서도 최고의 치즈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치즈도 교회와 연관돼 있다. 6·25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에 온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는 1967년, 첫 선교활동지였던 전라북도 임실군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즈를 생산해냈다. 가난한 농민이 삶의 터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자 본국인 벨기에에서 배운 치즈 생산 기술을 농민들에게 가르치고 직접 산양과 염소 등을 키워 이룬 성과였다. 지 신부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지금도 ‘임실’이라고 하면 치즈가 생각날 정도로 지정환 신부의 임실치즈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전엔 치즈가 고급 음식에 속했지만 국내에도 널리 보급됨에 따라 누구든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치즈는 특유의 맛 때문에 치즈 하나만 먹기보단 주로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베이글이나 식빵 등에 얹거나 발라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손으로 죽죽 찢어 먹는 스트링 치즈 혹은 리코타 치즈를 샐러드에 넣는 것도 쉽게 치즈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25일, 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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