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의 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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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민숙 | 작성일2011-06-17 | 조회수33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폼페이의 최후’라는 이름으로 고대 도시의 유물을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폼페이는 79년에 활화산 베수비오 산의 폭발로 화산재가 덮쳐 인간의 역사에서 사라진 곳입니다.
한순간에 멈추어 버린 도시가 타임캡슐처럼 우리 시대에 이르러 발굴되어
그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화산재로
식사를 하다가 최후를 맞은 가족도 있고, 아기를 감싸 안고 죽음을 맞이한 여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생생한 당시 모습들 가운데 양손에 보석을 한 움큼 움켜쥐고
그대로 화산재를 쓰고 굳은 사람의 모습이 특별히 눈에 띕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재물을 놓지 못하고 움켜쥔 미련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죽음 앞에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면 어떨지요? 그리고 죽음 앞에서 자신은 무엇을 움켜잡고 싶은지요?
자신이 집착하며 살던 재물도 사람도 아무것도 죽음과 함께 데려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왔던 자신의 한 생애만이 오로지 내 것이 되어 하느님께 안고 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살아온 시간들이 내 인생의 보물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 인생의 보물인 것입니다.
비신자들마저도 죽음의 순간을 마주하여 가장 후회하는 것이 ‘좀 더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며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탐욕과 허영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사는 동안 어느새 생의 마지막 자리에 와 닿은 것입니다.
폼페이 최후의 어느 모습처럼, 한 움큼의 보석만을 움켜쥐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보물은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과 함께 0(zero)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자신이 거룩하고 아름답게 만든 시간만이 영원한 나의 것이 됩니다.
그 시간이라는 보물은 움켜잡아서 나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내어 줄 때 나의 것이 됩니다.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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