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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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18 | 조회수658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 마태오 6,24-34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적멸보궁 가는 길>
한 몇 일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다들 팍팍한 세상 사시느라 고생들이 많으실텐데... "매일 놀면서 피정은 무슨 피정"하는 마음이 들어 형제들이나 직원들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누구는 팔자 좋네!"하실 것 같아 변명을 좀 댄다면 상습적인 일이 아니고 몇 년만에 한번 있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최근 중년기 증상이 심각해져서 꼭 필요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늘 가고 싶었던 섬으로 갔었지요. "적멸보궁 가는 길"(이산하 저)도 보따리에 넣었지요.
섬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작가의 표현이 어찌 그리도 딱 들어맞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슬픔의 종류와 뿌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깊은지를 느끼게 된다."
섬사람 특유의 투박함 속에 감춰진 기백과 여유를 볼 수 있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 나름의 깊은 슬픔과 슬픔을 그저 말없이 견뎌내는 일상도 엿볼 수 있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에서 만난 분들의 얼굴은 어찌도 그리 정겹던지요? 다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편안한 얼굴들이었습니다.
안개로 인해 출항하지 못해 벌어진 아침 술판, 낯선 이방인들이 껄끄럽기도 할텐데 전혀 내색들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조금씩 자리를 좁혀 앉으면서 우리들 자리를 만들어주던 훈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안개가 끼면 안개가 끼는 데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폭풍이 오면 폭풍이 오는 데로, 때로 체념하면서, 때로 수용하면서, 때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저 견뎌내고 삭여내며 살아가는 그분들의 낙천적인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너무 걱정도, 낙담도, 실망도 하지 말고 살아 갈 것이며, 그 날 그 날을 아버지의 손길에 맡기라고 당부하십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사실 우리는 너무도 너무 많은 걱정거리 속에 살아가지요. 물론 때로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면서 냉철하게 대비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예 애초부터 실패를 전제로 일을 시작한다든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장애물을 상상하면서 고통받을 필요는 없겠지요?
요즘 돌아보니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문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섭섭함도 느끼지요. 그래서 하루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일생의 축소판이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늘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는 예수님의 권고말씀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해석해서도 안 되겠지요. 오늘 불충분했던 일들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그저 하루가 지났으니 "어쩌겠어?" 하는 식으로 살라는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걱정을 내일에 맡겨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모든 일들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한계나 부족함에 대해서 하느님 자비의 손길에 맡기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부족하지만 내일이 있으니 다시 한 번 힘을 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추스르고 내일 다시 한 번 힘차게 새 출발하자는 말씀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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