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영광 받으소서 !
예수님과 제자들이 바다의 거센 풍랑으로 배가 뒤집혀 죽을 뻔한 사건을 겪습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태연히 주무시고, 반면 제자들은 살려달라고 절규합니다. 인간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언제나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식을 갖고 있다가 막상 죽음이 닥치면 엄청난 두려움에 떱니다. 또한 우리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고, 의식과 행동의 모든 표현에는 언제나 이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합니다.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죽음 앞에서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음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 하시며 죽음의 두려움을 부정하고 초월하십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차례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움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초월하는 방법은 굳센 믿음에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또 제자들에게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 하고 질책하십니다. 믿음이 있으면 깨닫게 되고, 깨달으면 곧 하느님 나라에 이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거센 바람과 풍랑을 향해 “잠잠해져라 ! 조용히 하여라.”라고 호령하십니다. (마르 4, 39) 이 말씀은 끊임없이 요동치는 우리 마음속 두려움에 대한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도와 묵상과 관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하고 잠잠하게 유지할 때 본연의 맑은 본성이 드러나고 하느님 나라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이내옥(국립춘천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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