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그냥 성모님 기념일이 아니라 성모 ‘성심’ 기념일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에 이어 성모님의 마음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 곁에서 죽음의 순간까지 그분의 마음과 함께하셨습니다. ‘티 없이’ 라는 말은 불순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곧 성모님의 마음속에는 온통 예수님을 향한 마음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마음 하면 떠오르는 성경 구절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입니다.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사건 앞에서 보이신 성모님의 태도는 오늘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됩니다.
우리는 힘들면 하느님을 찾다가도 상황이 나아지면 하느님을 잊고 삽니다. 또 불행이 닥치면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없어져야 할 시간인 양, 우리 마음은 하느님께 대한 원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마음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바로 예수님을 받아들인 마음, 예수님을 품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성모성심은 온전히 예수 성심을 지향합니다. 성모님처럼 모든 것을 품고, 예수님의 수난에 참여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 낳는 것, 이것이 성모 신심의 모든 것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 예수님의 대답에 화를 낼 만도 합니다. 그러나 성모 성심은 모든 인간적 이해를 넘어섭니다. 하늘 아버지의 집을 향하는 아들 예수의 삶, 그 파스카 신비에 성모님은 이미 참여하고 계십니다. 우리도 삶에서 펼쳐지는 어려운 일들, 감당이 안 되는 일들을 마음에 품고 또 예수님을 품도록 합시다.
김동엽 신부(부산교구 장성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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