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7월 3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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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7-03 | 조회수745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7월 3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마태오 10장 17-22절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가톨릭교회는 순교자들이 뿌린 피를 기초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대교회가 그랬습니다. 어려움을 딛고 초대교회가 활짝 만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교자들이 흘린 피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교회 역시 순교자들의 피를 빼고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흘리셨던 피의 대가가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인 것입니다.
순교의 영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열심 했던 시절, 저는 눈만 뜨면 ‘어디 순교할 기회 없나’ 샅샅이 살펴보고 다녔지만, 그런 기회란 여간해서 만나기 힘들더군요. 순교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시대가 협조해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서 은총을 베푸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순교의 영예를 얻기란 어렵습니다. 순교는 그리스도인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은총입니다. 순교는 스승이신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 가장 확실하게 따르는 영광스런 길입니다. 순교는 인간이 하느님께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사건입니다. 순교란 인간의 극점이 하느님임을 엄숙히 선포하는 신앙고백입니다. 결국 순교는 예수님을 가장 완전히 본받는 은혜로운 일, 그분의 참 제자가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순교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살아생전 모든 것 다 이웃에게 내어놓고 늘 빈손으로 하느님께 나아갔던 사람입니다. 늘 떠날 준비가 된 상태에서 홀가분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사람입니다. 결국 하느님을 위해 자신조차 버린 사람입니다. 그런 분들이었기에 순교의 기회가 왔을 때 그리도 홀연히 이승을 놓아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 순교자들은 그렇게 기쁜 얼굴로, 행복한 표정으로 그 고통스러웠던 순교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셨던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은 수난 가운데서도 평화로웠으며, 극심한 결핍 가운데서도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신앙은 얼마나 확고했었는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스물다섯, 참으로 꽃다운 나이입니다. 참으로 아까운 나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요즘으로 치면 아직도 자기 앞가림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많은 나이 아닙니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김대건 신부님께서 남기신 말씀 한번 들어보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저는 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위한 죽음이기에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이제 곧 영원한 생명이 제 안에서 시작되려고 합니다. 여러분,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방법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옥에 갇혀계시면서 신자들을 위해 쓰셨던 서간에서는 이렇게 격려하고 계십니다.
“세상이 교회를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라도 물러서지 마십시오. 그들은 절대로 교회를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관문인 박해와 죽음, 잘 견뎌내고 이겨내어 우리 모두 하느님 대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현대의 순교자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오늘날 순교란 순간순간 죽고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순교란 죽은 사람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죽은 사람은 어떻게 처신합니까? 그저 묵묵부답입니다. 모욕을 줘도 침묵합니다. 멸시를 당해도 침묵합니다. 그저 하느님 자비와 은총만을 바랄 뿐입니다.
현대의 순교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일입니다. 한번 두 번이 아니라 열 번 스무 번, 끝도 없이 내어놓은 일입니다.
뭘 내어놓을 것입니까?
전혀 없을 것 같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얼마나 내어놓을 것이 많은지 모릅니다. 시간을 내어놓고, 재능을 봉헌하고, 재산을 나누고, 삶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슬펐던, 너무나 안쓰러웠던, 그리도 아쉬웠던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눈물로 씨 뿌렸던 김대건 신부님의 황량하고 거칠었던 이승의 삶을 기꺼이 받으시고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도록 허락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눈에서 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더 이상 박해도 고문도, 굶주림도 울부짖음도 없는 영원한 행복의 나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짜아올린 집. 그 안에 삶이 있다. 굳이 피하지 마라. 슬픔을... 묵은 때를 씻기 위하여 걸레에 물기가 필요하듯 정신을 말갛게 닦기 위해선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눈물’, 오세영-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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