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희 한국외방선교회 신학원 형제들이 이사하는 날이었습니다.
여기는요 6개월마다 방을 옮겨 다닌답니다. 선교지에서 평생을 파트너로
살아갈 형제들끼리 서로 다양한 이웃을 접할 수 있도록 자주 이사를
다닙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한 군데에 정주해서 살아가게 되면
자연히 살아온 세월이 늘어나는만큼 '가진 것'이 늘어나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면 그때 그때마다 '하나면 되는데 둘을
가지고 있는것'들을 형제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불필요한 소유물을
줄이게 됩니다. 아마 이사를 다녀본 체험이 있으신 분들은 잘 알거예요.
저는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짐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거든요,
그래서 3층에서 4층으로 이사하는데는 힘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다보니까 세월만큼 저절로 불어나는 것 같은 짐들이
큰 여행 가방으로 세개나 됩니다.
저는 청빈한 구도자의 외적 소유의 한도를 이렇게 정의하고 살아갑니다.
"지금 당장 떠나라는 명을 받으면 30분 이내에 짐 챙겨서 떠날 수 있는
만큼"이라구요... 저는 1시간이 걸리더군요. 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도무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할 것만
같았습니다. 제 짐은 책이 반인데 제 소유의 책을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은 도서관에, 여벌의 옷들은 함께 사는 형제들의 옷장에....
하루를 지냈는데 아직 살아있으니 사실은 그것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나 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조금만 방심해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늘어나는 옆구리의 살처럼, 세월 흘러 감에 따라 "하나면 되는데
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긴장하며 살피지 않으면 금새 짐이
불어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살펴볼 때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짐을 꾸립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구상 어딘가에서 그만큼의 부족때문에 고통당하고 죽어가는 형제들이
있을 것이다" 라고......
그런데도 이사를 할 때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체중이 불어나면 육신의 생명에 별로 도움이 안되듯이
가진바가 늘어나면 영신의 생명에 별로 도움이 안될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바를 다시 한번 돌아봅시다.
'하나면 되는데 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영혼은 가벼운
것을 사랑합니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