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1그날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2그러자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물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3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자,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4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 5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6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버린 것이다. 7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다. 8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9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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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유가 나올 때는 복음관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묵상을 해야 합니다. 호숫가에 앉아 가르치시는 등 비유가 벌어지는 풍경을 배경 삼아 관상을 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복음서 내용의 초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역시 묵상을 해야 하겠습니다.
묵상요점은 따로 제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복음서 자체에 또박또박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한 줄씩 차례로 따라가면서 그 내용을 짚어내면 되겠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과 씨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쪼아 먹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돌밭에 떨어져 곧 뿌리는 내렸으나 타버렸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지, 가시덤불에 떨어져 숨을 막아버렸다는 것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 맺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찬찬히 숙고해 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끝에 말씀하십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라고. 비유 같은 것을 들으면 사람에 따라 그 알아듣는 진폭이 상당히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알아듣는 정도를 보면 그 사람의 존재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라는 하나의 작은 창을 통해 그 사람의 존재 전체를 비춰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 한 차례의 기도를 통해 그 모든 것이 명확하고 정확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의 전체적이고 일반적인 기도 내용 내지 태도를 배경으로 놓지 않으면 섣부른 오판이 생길 가능성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기도를 통해 드러나는 그 사람의 인격의 깊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가 어느 정도 영적인 사람인지, 성령의 활동에 어느 정도 민감하게 깨어 있는 사람인지가 기도를 통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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