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7월 28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28 조회수814 추천수12 반대(0) 신고

 

?

7월 28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마태오 13장 47-53절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퍼덕이는 대어(大魚)를 바라보며>

 

 

    언젠가 이스라엘을 순례할 때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광야와 지루한 사막지대를 지나던 어느 순간,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더니, 드디어 말로만 듣던 갈릴래아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얼마나 호수가 크던지 호수라기보다는 바다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숫가에 줄지어 서있는 올리브 나무, 포도나무들은 수량이 풍부한 갈릴래아 호수로부터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아서인지 가지가지 마다 싱싱하게 생기가 돌고 있었고, 때마침 청명한 하늘은 제대로 된 한 폭의 풍경화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호숫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니 오랜 여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바다 쪽에서 선선한 산들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바람을 타고 속삭이듯 들려온 예수님의 다정한 음성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스라엘 전역을 돌아다녀봤지만 갈릴래아 호수처럼 제 맘을 확 끄는 곳이 없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에너지 공급원으로 삼고 살아 왔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도 갈릴래아 호수와 밀접하게 닿아있습니다. 때로 밀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위해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포도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인들을 위해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는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어부들에게 “너희를 사람 낚는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다가가셨습니다.

 

    한 형제와 낚시를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대가 너무 컸었던지 하루 온 종일 ‘꽝’이었습니다. 애초의 목표와는 달리 스트레스만 더 쌓아가며 앉아있던 어느 순간, 마침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었던지, 갑작스레 ‘폭풍 입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게 웬 떡이냐며 연신 대어를 낚아 올리기 시작했는데, 저와는 달리 그 형제는 계속 파리만 날리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은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는데, 그 형제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만 갔습니다.

 

    낚싯대를 걷으면서 고기 망을 한번 들어보니 묵직했습니다. 팔뚝만한 녀석들을 바라보니 얼마나 대견스럽고 흐뭇하던지요. 그 전에 낚아 올린 잔챙이들은 더 이상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별로 도움 되지도 않을 것 같아 다 던져 버렸습니다.

 

    형제의 기분이 어떻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싱글벙글 웃으며 제가 막 잡아 올린 마구 퍼덕이는 대어(大魚)들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얼마나 마음이 행복해지고고 뿌듯해지던지 몰랐습니다. 녀석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나도 언젠가 하느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한 마리 대어가 되어야 할텐데...

 

    그 대어는 바로 사랑의 대어여야 하겠지요. 활활 불타오르는 하느님 사랑으로 내면을 가득 채운 사랑의 대어, 이웃을 사랑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랑의 대어. 힘겨워하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듬뿍듬뿍 나눠주고 까칠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웃들에게도 넉넉한 미소를 건네줄 여유가 있는 사랑의 대어.

 

    나란 존재가 이웃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곰곰이 돌아봐야겠습니다.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일생에 도움도 되지 않는, 그래서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잔챙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존재 자체로 행복을 선사하는 선물로서의 인간, 보기만 봐도 이웃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게 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선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고통의 원인, 스트레스의 원인, 고춧가루 부대, 걸림돌로 살아가는 존재는 아닌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