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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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7-30 | 조회수633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토요일-마태오 14장 1-12절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최고의 다이어트>
올 봄 국제회의 차 물 건너갔다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였습니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 헤매다가 겨우겨우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을 거쳐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손에 손에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 가수들이 저희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것입니다.
호기심에 저도 가수들이 뒤따라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광팬’들과 인기가수들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순간’이었습니다. 자기 앞을 지나가는 순간 가까이서 한번 보는 것,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진 한 번 찍는 것, 그게 다였습니다.
가수들이든, 팬들이든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른 시간에 그 촌각의 만남을 위해 꼭두새벽에 집을 나선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토록 큰 매력과 가슴 설렘을 선사하는 가수들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언급되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인기 역시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12명 가운데 5명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잘 키우고 훈련시켜서 예수님께 인도한 제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음의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는 당시 세례자 요한이 얼마나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보십시오.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이스라엘 백성 전체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일거수일투족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는 다른 예언자와는 철저하게도 달랐습니다. 궁궐 같은 대저택에서 아쉬울 것 하나 없이 떵떵거리며 살던 다른 종교지도자와는 달리 세례자 요한은 집도 절도 없이 황량한 광야에서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입고 있는 옷도 다른 예언자들처럼 잘 나가는 메이커가 아니라 ‘자연산 옷’, 낙타털옷을 입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산해진미의 잔치였던 다른 지도자와는 달리 세례자 요한은 겨우겨우 연명할 정도로 음식을 절제했습니다.
보다 준비된 예언자, 보다 합당한 선구자로 존재하기 위해 세례자 요한은 최고의 다이어트를 한 것입니다.
탐욕과 집착의 뱃살을 빼고 성냄과 질투의 속살을 빼고 교만과 무지의 목살을 빼고 아집과 허영의 얼굴 살도 뺀 결과,
자기 뒤에 오실 메시아를 위해 언제라도 무대 뒤로 사라질 준비를 완벽히 하였습니다.
메시아께서 부각되기 위해서라면 그간 쌓아온 입지나 하늘을 찌르는 인기, 목숨까지도 당장 그 자리에서 내어놓을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되어 있던 세례자 요한, 모든 것에서 초월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헤로데의 그 알량한 권력 앞에 조금도 위축되거나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말,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외쳤습니다.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내면은 이미 하느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곧 오시게 될 메시아 예수님에 대한 확신이 뚜렷했기에, 곧 도래하게 될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에 대한 희망으로 충만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에,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도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참사랑의 소유자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더 대단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루를 드렸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천년을 돌려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한 순간의 고통을 하느님께 봉헌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의 머리에 불멸의 면류관을 씌워주셨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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