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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805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05 조회수329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1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24-2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을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자기 나라에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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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교마다 믿음으로 얻게 되는 것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리스도교라면 누구든 그 믿음의 대상은 하느님이요, 신앙의 모델은 그리스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것이 다른 모든 설명들보다 더 근본이 되고 결국 모든 길을 돌아서 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신앙인의 뜻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말은 하지만 더 큰 목적으로 자신을 두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 내가 얻을 유익한 것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또한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더 설득력도 있는 듯 앞다투어 전교의 목적이 '나를 위한 투자'를 속에 품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나 근본은 바뀔리 없고, 실제는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이 참 삶의 길임을 알고 그 삶이 우리가 사는 이유와 목적 전부라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오늘 복음의 시작은 그런 우리의 모델이신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건네시는 신앙의 길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수도없는 강의와 피정을 통해 묵상과 실천을 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십자가가 삶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묵묵히 감당해서 이겨내야 할 삶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십자가 조차 모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면 그리스도가 하기 싫은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이며, 우리가 건넨 십자가가 그분에겐 내적 투쟁의 전쟁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분은 그렇게 십자가를 지신적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우리를 끔찍히도 싫어하고 힘겨워하는 그리스도를 상상한다면 우리는 믿음의 이유부터 물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십자가는 우리 각자의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말씀 속에서 이 십자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말은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생명을 거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이나 체면 정도를 꺽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선택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런 사랑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우리 역시 우리 삶에서 생명을 다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내 기호에 따라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십자가는 내 생명이 걸려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내 목숨을 걸어 사랑하는가가 이 십자가를 놓고 해야 할 고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가 그렇게 큰 고민인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도박에 가까울 정도의 기로에 우리가 서게 된다는 말인데, 예수님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이 말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이기에 별로 다를 것 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말은 우리를 정말 혼란에 빠뜨리는 말씀입니다. 이야기를 꺼꾸로 해서 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 말을 여기서부터 생각해봅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이 말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 앞에 이 말이 놓인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말씀의 순서를 바꾸어 놓으면 그 소중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면서 분명히 그것을 이야기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을 건다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십자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그 소중한 생명을 철없고 못된 당신 백성이 내민 십자가를 선택하시면서 버리신 것을 목격한 사람들입니다. 

또한 그분의 선택이 옳았음을 하느님 아버지께서 일으키신 부활을 통해 또한 목격한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며, 달리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하며 우리의 몸을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일치시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삶이 우리 목숨을 위해 하느님께 달려가는 모습이라면 그래서 십자가도 내가 몸에 걸친 장신구의 하나 정도로 여겨진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목숨으로 마치 내 목숨을 연장하려 드는 불로장생의 꿈을 꾸는 비뚤어진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 소중한 삶의 가치가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어 놓고 함께 삶에서 가치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세상 거의 모든 가치가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더욱 더 유일한 가치가 되어버리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서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향해서 모든 삶을 살아가는 백성의 모습을 또한 봅니다. 

그렇게 살면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자신의 십자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힘든 것은 그 각자의 십자가의 대상이 된 삶들이 내 목숨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힘들어 보입니까? 내 생명이 소중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사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에는 사랑 이외에 필요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 생명보다 소중한 이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십시오. 그것이 십자가를 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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