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여러가지로 유명하지만 그 중 한가지 소매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숙사비가 몇 달째 밀려서 여러차례 재촉을 받은터라 오랫만에 은행에 들러 제법 큰 돈을 찾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탄 버스는 바티칸에서 떼르미니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관계로 소매치기업자들의 단골 노선이기도 했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나는 지갑 속에 든 제법 많은 돈이 신경쓰여 아예 바지 앞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꽉 쥐고 있었다.
"참 내... 돈이 문제는 문제군. 내 수중에 돈이 있으니 이렇게 행동도 불편하고 사람들마다 소매치기로 보이니 역시 돈이 문제는 문제야..... 허허"
그때 갑자기 경광등을 요란하게 울리는 승용차 하나가 버스 앞을 가로막더니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 갈색 지갑을 쳐들면서 '이게 누구 지갑이죠?'하고 물었다.
워낙 소매치기가 많은 노선버스라서 형사들이 버스 뒤를 따르다가 수상한 사람들 두 셋이서 함께 내리면 멈춰 세워서 수색을 하는데 그 지갑이 나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버스 앞 뒤를 오가며 큰 소리로 몇차례를 외쳐도 지갑 주인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형사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릴려는 때가 되서야 어떤 독일 여성이 '아! 내 지갑이다. 내 지갑'하면서 외쳤다.
그 소매치기들의 기술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 중 아무도 버스 천장 가까이 높이 들린 지갑이 자기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걸어오는데 나 역시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도둑맞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그 소매치기들 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훔쳐갈 수 있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하느님께 향한 내 마음을 도둑맞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느님을 향한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게 도둑맞고 살지 않기 위해서는 그 마음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 마음에 대한 경계는 다름아닌 '말씀을 실천하는 행동'들이다.
내 삶에서 주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지 않을때 순간 순간 스스로를 확인해야 한다.
정신없이 세상일에만 빠져 들다보면 누군가 내 마음을 쳐들고 물어볼지도 모를 일이다.
"이거 당신꺼 아니요?"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10)"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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