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주님의 말씀일지라도
이 말씀은 조금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낮춤”이 어린이다움이라는
뜻으로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낮추는 것은 높이려는 것의 반작용이니
어린이가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낮추고 높이는 것이 무엇인지
어린이가 벌써 알 뿐 아니라
어른들처럼 자신을 높이려든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되바라진 아이가 아니라면
어린이는 높일 줄 모르고,
그러니 낮추지도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살 뿐입니다.
그러므로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것의 참 뜻은
높이려는 것의 반작용으로서의 낮춤이 아니라
도무지 높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높이려 들지도 않기에
낮은 곳에 있는 낮춤입니다.
높이려는 사람들 천지인 가운데
홀로 높이지 않으니 홀로 낮지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큰 것은 낮은 곳에 있어도
낮은 것이 전혀 불쾌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
높다는 이들이 하대를 해도 다 받아들이고,
높다는 이들이 모욕을 해도 다 받아들이고,
높다는 이들이 비난을 해도 다 받아들이니
그 그릇이 큰 것이고,
더 나아가 그들의 하대와 모욕과 비난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산은 모든 물을 흘려버리지만
가장 낮은 바다는 모든 물을 담습니다.
가장 낮은 바다가 가장 큰 이치입니다.
가장 낮은 사람이 하늘나라를 품고 있고
하늘나라를 품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낮출 수 있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