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 (體臭) :
성당에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있다보면 다른 신부님들이 방해하지 않으려고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들어와 앉는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눈을 뜨지 않아도
들어온 이가 유럽인인지, 아프리카인인지, 인도인인지가 구별된다.
바로 체취, 몸에서 나는 냄새때문이다. 각각 인종별로 독특한 체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즈냄새, 카레냄새, 마늘냄새 등등......
그런데 몸에서 나는 냄새는 결국 태어나서 지금까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때마다
그 인분 냄새가 몸에 배인 냄새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이 무슨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어떤 냄새가 그의 몸에서 풍기는지가 결정된다.
그가 한국인이라도 유럽에서 태어나서 치즈를 먹으면서 자라면 마늘냄새가 아닌 치즈냄새를 풍기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다.
음식은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고 '문화의 상대성'을 생각한다면 몸에서 나는 냄새 역시 그저 나와 '다를 뿐'이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냄새와 '삶에서 풍기는 향기'는 다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왔느냐에 따라 독특한 몸 냄새를 풍기듯,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역시 독특한 '삶의 향기'를 풍기게 된다.
그리스도인이면 '그리스도의 향기'를......
불교인이면 연꽃향기나 맑은 향냄새를 사회안에서 풍기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삶의 자리에서 풍기며 주위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그리스도를 먹어야'한다. 매일 매일 그리스도를 먹고 내 삶 안에서 소화시켜 밖으로 다시 내보내야 한다.
어제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난 영국 여자가 내게 '혹시 신부아니야?'하고 물었다.
오늘 하루동안 다른 이들은 내게서 어떤 신원의 향기를 맡을까?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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