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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2 조회수782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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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마태오 19,3-12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사람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수행자의 길>

 

 

    수도생활에 입문해서, ‘쌩고생’하고 있는 후배들, 새싹 같은 형제들을 바라봅니다. 때로 드러나는 미성숙 앞에 홀로 속을 끓이기도 하지만, 때로 보게 되는 그들의 큰 ‘정진(精進(정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 진일보하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신앙의 깊이가 반드시 나이나 연륜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을 아니구나’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비록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큰 깨달음을 이룬 형제들, 아주 높은 경지까지 올라가는 형제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행자들도 엄연히 한 인간입니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입니다. 난데없이 솟구치는 유혹들, 사사로운 감정들, 갈수록 힘겨워지는 자신과의 투쟁으로 고생들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처럼 본성을 거슬러, 자연을 거슬러 살아가는 수행자의 길이 ‘만만치 않은 길’이기에 오늘 복음 말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결혼생활을 포기하는 생활은 아무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락된 사람만 받아들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독신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독신의 삶을 사는 수행자들의 삶,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지만, 예수님께서 언급하시는 바처럼 정녕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 허전하고, 때로 고독하고, 늘 뭔가 아쉽고 안타깝지만, 보다 상급의 가치를 위해 청춘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참으로 의미 충만한 길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로서 한번 도전해볼만한 길입니다. 일생을 걸고 한번 투자해볼만한 길입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 중에 하나가, 보다 큰 선을 위해, 보다 큰 가치관을 위해 때로 목숨까지 바친다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의 최우선적 관심사는 오로지 육에 관련된 것입니다. 잘 먹는 것, 잘 마시는 것, 편안히 드러눕는 것, 잘 자는 것, 권력자 앞에 잘 보이는 것...

 

    그러나 한결 품격이 높은 인간이기에 때로 불의 앞에 목숨을 내던지며 대항하기도 합니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민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집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이역만리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나갑니다.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스스로 단두대에 목을 들이댑니다.

 

    결혼까지 포기하면서 선택하는 봉헌생활의 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신분 상승의 길도 아닙니다. ‘때깔 나는’ 길은 더욱 아닙니다.

 

    가치관 중에 가장 큰 가치관이신 하느님, 의미 중의 가장 큰 의미이신 하느님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시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걷는 위대한 길인 것입니다. 하느님만은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육의 기능들을 정지시키려는 사람들이 수행자들인 것입니다. 하느님만을 지속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세상에 대해 완전히 죽으려는 사람들이 봉헌생활자들인 것입니다.

 

    오늘도 하느님만을 추구하기 위해 세상을 거슬러, 본성을 거슬러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수도자, 사제, 봉헌생활자들의 어려움 속에서도 환한 미소 잃지 않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을 따르는데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손에서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만을 담기 위한 빈손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부르심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부르시는 하느님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감사하는 일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감사하면서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응답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수행자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마지못해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상이란 인상은 다 쓰며, 언제 세상 끝나나 하는 괴로운 표정으로 살아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매일의 기도시간, 미사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해서 아쉽고 꿈결 같은 그런 시간으로 여기길 바랍니다.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매일 매일을 축제의 날로 엮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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