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혼배주례를 하면서
이 말씀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마다
저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하고
그래서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수도자들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신자들에게는 그렇게 살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부부만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것 아니지요.
수도자들이 한 형제로 같이 살게 된 것도 하느님 뜻이고,
어쩌면 부부보다 이것을 더 깊이 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 만나서 좋아 사귀다
마음에 맞으면 결혼을 하지만
수도자는 같이 살게 된 형제들을
전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같이 살게 된 것이 내가 선택한 것도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니라면
우연히 또는 어쩌다 같이 살게 되었거나
하느님께서 같이 살게 해주신 것인데,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저는 자문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주님께 여쭙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왜 이 형제를 나에게 주셨을까?”
“주님, 이 형제를 저에게 주신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주님, 당신은 저를 괴롭히시기 위해 이 형제를 주셨습니까?”
하느님의 뜻을 일일이 그리고 다 알 수 없지만
그를 사랑하라는 것,
그를 사랑하여 하느님 사랑에 동참하라는 것,
이 사랑을 발판과 디딤돌 삼아
하느님 사랑의 경지에까지 오르라는 것,
이것이 사랑이시고
좋으신 하느님의 뜻일 것이라고 늘 결론 짓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님은
결혼을 하면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하시는데
그 하나는 둘이 하나가 아니라
남편, 아내, 하느님, 셋이 이루는 하나,
곧 삼위일체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