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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14일 야곱의 우물- 마태 15,21-28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4 조회수368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21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22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23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24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25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6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7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8그때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시작기도
오소서 성령님,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 나약함과 갈망을 하느님께 날라주소서.

세밀한 독서(Lectio)
어떤 이방인, 마귀 들린 딸을 둔 가나안 부인이 길거리에서 부끄러움도 잊고 소리소리 지르며 한 유다인 남자를 따라갑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과 논쟁을 마친 후(마태 15,1­20), 그들의 철벽같은 지성의 아집 앞에서, 쓸쓸한 마음으로 이방인들의 땅인 티로와 시돈 지방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을 때입니다.
 
1. 여인이 거리에서 예수님께 소리 지르다
당시 여성은 거리에서 남성과는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사랑하는 딸의 질병을 고쳐달라고, 한 여성이 예수님께 소리 지르며 뒤따라가는 행동은 그 시대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과 행복을 위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식과 요구된 반경을 뛰어넘을 비상한 힘과 용기를 줍니다. 이 사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고통 받는 딸과 아들을 둔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일 것입니다. 그들한테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병자가 외치는 절규의 신음소리입니다. 본문에서 ‘소리 지르다’로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 크라조(kra,zw)는 종종 신약성경 안에서 고통과 깊은 궁핍 가운데서 하느님이나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에 사용되는데,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의 외침입니다. 성경 안에서 하느님밖에 의지할 데 없는 가난한 백성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보시고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시며 가엾이 여기는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신 하느님께 도와 달라고 ‘소리 지르는 일’이었습니다.(시편 86,1­3 참조) 가난한 사람 중의 가난한 사람인 예수님 자신도 생애 마지막에 그분을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 하느님께 큰 소리로 외치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마태 27,46)
 
그러나 “청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을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은 이상하게도 침묵을 지키실 뿐 곧바로 여인을 도와주러 달려오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뒤를 소리 지르며 따라오던 두 명의 눈먼 사람을 곧바로 도와주신 것과는 대조적으로(마태 9,27 이하), 여인한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차갑게 대하십니다(23절). 그러나 예수님은 침묵 가운데 많은 것을 하고 계십니다. 요란하기 짝이 없는 부르짖음이 그분께 대한 열렬한 신뢰의 외침이기에 그녀의 모든 외침을 들으시고, 마음속에 담긴 깊은 갈망까지도 보고 느끼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가나안 부인이 청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시고 싶지만, 그녀가 시험 안에서도 견뎌내는 신앙을 지니기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항구한 갈망을 지니기를, 침묵의 응답 앞에서도 울면서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2. 여인과 대화를 나누시는 예수님
결국 이 여인이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며 계속 쫓아왔던지, 제자들은 스승에게 제발 그녀의 청을 들어주어 돌려보내라고 요청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은 당신 사명이 오직 이스라엘을 위한 것임을 밝히십니다.(24.26­27절) 예수님의 말씀은 여인의 간청을 무시하는 차가운 대답이 아닙니다. 이는 마태오복음 전체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보편적 구원과 이방인들도 믿음에로 초대하는 것은 마태오복음서의 커다란 주제입니다.(8,5­13; 11,21) 그러나 하느님의 계획에서, 이방인들의 구원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마태오복음서의 독자는 유다계 그리스도교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과 여인의 대화 안에서 우리는 마태오 공동체의 관심사를 볼 수 있습니다. 마태오 공동체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빵(성체성사)’이 회심한 이방인들한테도 주어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복음서 저자는 가나안 여인에게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위를 통해 이 질문에 명백하게 답변합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유다인과 이방인을 막론하고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으며, 어떤 어려움과 장벽 앞에서도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 신앙을 지닌 사람이 하늘나라의 상속자들입니다.(로마 4,9­25 참조)

묵상(Meditatio)
성령께서 하느님에게 들고 가는 인간의 참된 기도는 지성적인 성찰의 산물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온몸의 세포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입니다. 우리가 소리 지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이 잘 되어가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안에 항구한 갈망, 애절한 사랑, 믿음과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으나 죽어 있기 때문입니다.(묵시 3,15­17 참조)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께 모든 것을 청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존재”(아르스의 성자, 성 요한 비안네)라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Oratio)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강복하소서. 당신 얼굴을 저희에게 비추소서. 그리하여 세상에 당신의 길이, 만민에게 당신의 구원이 알려지게 하소서.(시편 67,2­3)

 

임숙희(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 성서영성 신학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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