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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815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14 조회수329 추천수0 반대(0) 신고
2011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9-56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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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 봉헌된 이름도 많고 그 의미도 다양하지만 그중 최고를 감히 고른다면, 호칭으로는 "천주의 모친"일테고 은총이라면 "성모승천"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예수님의 강생에 있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는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중 "천주의 성모"라는 호칭은 성모님의 지위로 헛갈릴 수 있는 여지도 있으나 그것은 하느님의 선택에서 나온 의미이므로 성모님께 호칭을 붙이면서도 정작 그 뜻은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성모님의 "승천"이라는 부분은 피조물인 사람에게 하느님이 내리신 최고의 선물이자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성모님의 승천을 눈으로 본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모승천이 마치 성모님이 죽지도 않으시고 하늘로 올라간 듯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성모승천은 분명한 임종 후에 일어난 사건으로 고백됩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모든 사람의 인생처럼 마지막인 죽음을 겪고 죽음의 상태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하늘로 올려졌음을 말합니다. 


이것이 가치 있음은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하늘이 하늘나라라는 데서 의미를 찾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가 부족함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는 이 세상의 가치로 헤아릴 수 없는 곳임에도 성모님은 그 자체로 천국의 사람이 되기에 합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고 새롭게 태어날 것 같은 그 천국에 그 인생의 모든 것 있는 그대로 들어서는 축복이 "승천"이라는 말에 담겨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사람에게 가능한 일인지는 결국 하느님만이 그 열쇠를 지니고 계시지만 적어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하늘 나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어린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며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근거를 보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 우리는 그녀의 특징이 "순명"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명"은 하느님 앞에서 무조건 엎드리어 하라는 대로 복종하는 식의 따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제의 아내요 인생의 늙으막에 요한을 임신한 엘리사벳은 이 어린 어머니에게 이렇게 인사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란 표현은 사제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던 자신들에게 가슴 아픈 표현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분명 현실적인 이유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의 뜻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현실적인 불가능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알았으나 그들의 생각으로 주저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엘리사벳의 인사말은 성모님이 하느님이 시키시는 일이라 무조건 복종했다는 뜻이 될 수 없습니다. 믿었다는 표현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헤아려 따랐다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엘리사벳의 인사에 화답하는 마리아의 노래를 들어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기쁘게 노래하는 마리아의 노래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하신 하느님께 찬양으로 바뀝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하느님이 오셔서 하실 일들을 펼쳐 놓습니다. 마치 본 것을 이야기하듯 그녀는 그녀가 알고 있는 하느님의 뜻을 하나 하나 노래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닌 이스라엘에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것임을 분명히 말합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마리아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보여주신 모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약속하셨던 것이란 것을 마리아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시기도 전, 요한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입니다. 



이미 하느님의 뜻을 알고 있는 어린 마리아,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주님의 기도의 내용을 이 어린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태어나시고 살아가시는 동안 이 어머니는 그 일들을 보며 가슴에 새기고 당신이 입을 열어 이야기했던 이 모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십니다. 교회가 성모님으로 인해 예수님의 모든 것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그 모든 것의 의미조차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예수님 삶의 기억에 가장 많은 자료를 지닌 어머니여서만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그 모든 일들을 알면서도 단 한 번도 막아서지 않는, 오히려 아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사랑이 필요한 곳을 증언할 수 있었던 어머니는 그렇게 시작부터 하느님을 잘 아는 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이를 우리는 성인이라 부릅니다. 그는 하느님과 그분의 뜻을 잘 알기에 하느님을 닮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결국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의 백성이라 불립니다. 

성모님은 이미 하느님의 뜻을 알고 있었고, 그 일을 이루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말씀의 강생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은 말이나 글로는 희망의 메세지이지만 실제는 그럴 이유도 없어서 오히려 심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 속에서도 하느님의 진실을 깨닫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함께 한 성모님은 "순명"의 순간 이미 성인이셨고, 예수님 삶을 함께한 성인이셨으며, 우리에게 예수님의 모든 것을 알려주신 성인이셨습니다. 그분이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하늘 나라에 바로 올라가시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성모승천대축일. 어찌보면 범죄하기 전 아담의 모습을 닮았기에 성모님의 승천은 하느님께도 우리에게도 기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실천하며 끝까지 충실하게 사는 것. 그래서 그 모습만으로 이미 하늘 나라를 나타내는 삶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사람이나 본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분을 보며 우리 스스로를 다시 추스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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