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선 여사를 아시나요?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 피복 노동자들을 위해 분신한
전 태일 열사의 어머니시지요.
지금 82세이시고
지난 7월 18일 갑자기 쓰러진 뒤 27일째 혼수상태에 있습니다.
이분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세 살에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시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차별을 받으며 유년기를 살았습니다.
열여섯에 정신대에 끌려가 온갖 고생을 하다 해방을 맞아
결혼을 하였는데 남편의 사업실패로 전국을 떠돌며
다리 밑이나 남의 집 처마 밑에서도 자고,
남의 집 옷 가게에서 아기를 낳기도 하였습니다.
빚쟁이에 쫓기어 정신이상자가 되기도 하였으며
영양실조로 눈이 멀기도 하였습니다.
큰 아들, 전 태일이 성장하여
피복 노동자에 재단사까지 되어
이제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는데
22살의 그 아들이 분신하고 맙니다.
그 아들은 모질게도 어머니께 부탁을 합니다.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세요.”
이때부터 어머니는 아들의 인생을 삽니다.
저는 이런 이 소선 여사의 삶이
Happy Ending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성모 승천 축일에
왜 이분의 얘기를 하는 것일까요?
성모님의 삶을 닮은 이 소선 여사의 삶에서
성모님의 고단한 삶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자식은 불쌍한 어머니를 땅에 묻고도
자신은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어머니는 그럴 수 없습니다.
다른 자식들이 다 잘 되고
그래서 그들 때문에 흐뭇하고 행복할 때에도
한 편에는 늘 죽은 아들의 고통과 불행을 안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의 고통과 불행에 오불관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들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어찌하셨겠습니까?
아들 예수의 죽음 뒤 마리아의 삶은 제자들과 함께
아들 예수의 뒤를 따르는 삶,
아들의 뜻을 이루는 삶이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무엇을 할 때,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자식을 위한 것,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중요치 않고,
그래서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자식을 위하는 一念,
이것이 자신의 행복과 불행마저
자신 안에서 밀어내고,
이것이 어머니의 행복입니다.
자신의 행복과 불행을
초월하는 행복인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어머니의 행복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 누가 어머니의 불행을
불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끝까지 자식과 같이 가는 것뿐입니다.
이 세상에서뿐 아니라 영원까지.
영광뿐 아니라 고통까지.
고통뿐 아니라 영광까지.
마리아의 일생을 이런 것입니다.
마리아의 승천은 이런 것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