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동네 북입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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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11-08-16 | 조회수333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동네 북입니까?
이순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긴 긴 날들 내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저리도 얇은 날개로 꿀을 찾아 왔다가
비 섞인 싱거운 꿀이라도 따 보겠다고 몸부림 하는!
싱거워진 꿀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암술 수술 만남이나 좀 가져보게
대낮에 꽃잎 닫지 못한 달맞이 꽃의 애달픔도
하늘에서 내린 물방울이 무거워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배고픈 벌님도 서럽고
밤인지 낮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꽃님도 서럽다.
출하할 수 없는 작물이다.
푸른 초록에 반해서 결실을 뽑아보니 허당이다.
그래도 좌절할 수 없다.
농군은 그 벌님의 날개보다 굳세야 하고
농군은 그 달맞이 꽃보다 더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
긁고 긁고
모으고 모아서
버린다.
너무나 아까워서
너무나 허망해서
종이 한 장만큼만 벗기면 아무렇지 않아서
따로 묶어 차에 태워 보냈었다.
싸게라도 드실 분 드셔보시라고
그래도 먹을 만한 것으로 고르고 골라서 고르고 골라서
보냈었다.
결국!
빤한!
농심은 어리석었다.
그래도 좌절은 없다.
다 거두어다가 아직 뽑지 않은 밭 가에 쌓았다.
내 밭 자리가 아니면 오염이라고 신고할까 무서워
좀 먼데 버리지도 못한다.
내 밭 가에 쌓고
내 코로 내 정성이 썩는 냄새를 맡으며
비운 밭 자리는 새로 씨를 담고
뽑을 날을 기다리는 밭 자리는........
저렇게 썩은 곡식이 얼마만큼 일지는 몰라도
초록이 옹골지다.
그런데요 스님
어떤 중생들은..........
휴가를 다녀가는 길목에서 작업하는 밭 자리를 보고 차를 세웁니다.
<한 단만 파세요.
우리는 김치를 별로 먹지 않는데요. 어머니께서 보시고 먹고 싶으시데요.
한 단만 파세요>
강제성이 농후 합니다.
<저희 농장은 밭 자리에서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길가에 지역 농 특산물 판매소를 애용해 주시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곳에 가셔서 사세요.>
우기기 작전으로 나옵니다.
<그럼 한 단만 주세요.
저희 어머니께서 드시고 싶으시다니까요?>
저는 그 한 단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드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 보다 더 연세가 높으시고
그분의 어머니처럼 자식과 함께 휴가지 유랑도 가시지 못하시고
비옷 위에 비옷을 입고
비닐 치마나 바지를 만들어서 무릎을 가리고
여름 내내 여름 내내
비인지 땀인지 눈물인지도 모를 물 속에서
백성이 먹고, 국민이 먹고, 시민이 먹고, 가족이 먹을 먹거리를 수확하시는
그 거친 손들 앞에서
효자 자식을 둔 호사스런 그 어머니 드시라고 공으로 한 단을 내어 놓지 못했습니다.
옛 시절과 달리
지금은 배움이 밑받침되는 시절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농장에 오시는 어머니들의 자식들도 반듯한분들이십니다.
그래도 오셔서 하루 해를 채우시고 가시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자식이 못나서도 아니고
아직 기력이 있을 때라도 짐이 되지 않으시려고!
용돈 벌어서 당신 도시락 찬에 근사한 반찬 싸 오시지 않아도
당신 벌어서 채우는 쌈짓돈이 자식에게 타 쓰는 주머니 돈 보다 호사라서
.........
참!
그 "한 단 공짜로 주세요." 라는 말씀이 목구멍의 가시가 되더이다.
그런데요 스님.
이분이 돌아서면서 그랬다네요.
<이 나라 시골 인심이 언제부터 이렇게 박해졌는지 모르겠네.> 라고!
스님.
시골 농사꾼이 동네 북입니까?
그렇게 효자라면 가만히 밭 가로 오셔서
망가진 저 곡식 중에서 한 단만 주운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참!
어느 밭 자리는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조금이라도 덜 망가진 곡식을 주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차량 안전문제가 있으니
작업이 끝난 후에 들어 오시라고 소리를 지르며 통제를 했다가
진창의 밭 자리에서 태권도 한 판 붙었습니다.
후후!
농장주! 책임자!
저라는 농군의 마음이 이렇게 수 만 갈래입니다.
그럴 때면 그 서러움이 복 받쳐
제가 동네 북인지 생각해 봅니다.
스님.
제가 동네 북입니까?
진창의 뻘 밭에서는 연 잎도 푸르고
그 꽃은 정갈하다.
내 마음이 하늘을 향해 얼굴 들어 보이는 날이 오면
푸르고 정갈해지고 싶으다.
저 연꽃 내 손으로 찍었는데 참 고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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