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게도 '월요병'이란게 생겼다보다. 월요일 하루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고 힘이 드는지......
따라서 매주 일요일 저녁쯤 되면 또 다시 시작될 한 주를 위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간다.
어찌된 일인지 자리에 누워 책을 보기 시작한지 30분도 안되어 잠이 스스르 오기 시작했다.
"어 왠일이지? 잘 됐다. 이제 중간에 깨지만 않으면 내일 아침미사까지 적어도 7시간을 잘 수가 있겠다."
그런데 잠이 든지 30분도 채 못되어 전화벨이 울려 왔다. 따르르릉......
위층에 사는 신부님에게서 온 전화였다. 잘 자라는......
잘 자라는 그 안부 전화를 받은 뒤부터 새벽까지 몇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뒤척였는지 모른다.
손가락을 묵주 삼아 기도를 바쳐도, 마침 양파 한조각이 있어 머리 맡에 놓아도, 영 잠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양 숫자 세기까지 했는데 한국양을 세어도, 이탈리아 양을 세어도 미국 양을 세어도 양 숫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결국 '내가 양떼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사목자지 양 숫자 세는 목동은 아니다' 싶어서 다시 책을 잡고 읽다가 새벽 4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조금 전에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알람이 울린다.
기계적으로 알람을 끄고 나서 지금 일어나서 미사를 드려야 할 지, 아니면 좀 더 자다가 학교에 다녀 와서 혼자 미사를 드려야 할 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그래, 오늘 월요일이지. 한 주를 미사를 봉헌하면서 시작해야지...... 아니야, 그럼 또 오늘 하루 종일 엄청 피곤한 월요일이 될텐데...... 주님, 어찌하오리까?"
주님께서는 즉각 응답하셨다.
갑자기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마리가 내 창가에 앉아서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그 노랫소리가 너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 놈이 몇 분 동안 창가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알람시계의 기계음을 듣고 날카로워졌던 내 정신도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나도 그 새처럼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내 목소리로 힘차게 주님을 찬미하는 기도를 바치면서 한 주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미사를 드리는 동안 내내,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새가 남겨놓고 간 아름다운 소리의 여운에 무척이나 행복한 맘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 잠자리에서 깨어날 때부터 하루 종일 새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의 아침에는 새들이 노래하지 않았을까? 사실은 로마 하늘을 꽉 메우는 듯한 새들의 무리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내 주위에서는 항상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소리는 들려왔지만 내가 듣지 못한 것이고, 새소리는 들려왔지만 내가 듣지 않은 것이다. 이곳에 온지 3개월이 다 되어 오늘 아침에서야 다시 새소리를 들었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원래 내게서 없던 무엇인가가 어느 날 내게 뚝 떨어지는 요행수가 아니라 내 주위에 쌓여있는 것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새로운 내 감각 안에서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와 그것들의 본성과 관계하게 되는 그 행복 체험......
바로 우리의 하느님께 대한 열망이 모든 것을 새로운 감각으로 맞이하게 하는 은총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좀 더 당신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선의가 충만하다면 그때서야 우리는 모든 것을 바로 보고 바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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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은 스승에게 어느 젊은이가 여쭈었다 한다.
"진리란 무엇이옵니까?"
"새소리가 들리는가?"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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