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만난 분들 가운데 자신을 위해 기도하기를 꺼려하는 분이 있습니다. 남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기도하고 기원해 줄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을 위해 기도하자니 쑥스럽고 자기중심적인 것 같다는 겁니다. 사실 이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아마도 스스로 자신을 챙기고 위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며,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모습은 좋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교는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숭고한 사랑, 아버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 세상 사람들을 사랑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희생·봉사·인내가 우리에게 큰 덕목으로 간주됩니다. 오늘 복음도 나의 모든 것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말씀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사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복음을 거스르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이기심과 남들을 밟고 서서 하느님처럼 되려는 교만이 복음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이웃뿐 아니라 나 자신도 정말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무가치하게 여긴다면 오히려 그것이 복음을 거스르는 것이 됩니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할 줄 알 때,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도 더욱 참될 것입니다. 오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주님께서 사랑하는 ○○야, 너를 사랑한다.’라고 속삭여 보면 어떨까요?
고성균 수사(도미니코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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