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도 중에 욕도 튀어나오니 어쩌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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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요하 | 작성일2011-08-21 | 조회수405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43) 기도 중에 욕도 튀어나오니 어쩌지요 운전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합니다. 언제부터 버릇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먼 길 운전을 하건 잠깐 운전을 하건 한 손에는 늘 묵주가 쥐어져 있습니다. 왼손잡이라서 매번 왼손으로만 핸들 조작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묵주를 쥔 채 변속기를 조작하는데, 지난해부터 자동변속기 차량을 갖게 된 뒤로는 묵주를 쥔 오른손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하는 일에서도 나는 ‘일거양득’이라는 단어를 결부시킵니다. 걷기 운동을 할 때마다 줄곧 묵주기도를 함으로써 ‘일석이조’의 실체를 얻는 것처럼, 그 일거양득과 일석이조는 운전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하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운전만 한다면 무미건조한 느낌도 갖게 되고 시간이 아까워지기도 할 터인데, 나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셈이기도 할 것입니다. 덕분에 묵주기도를 참 많이 하며 삽니다. 매일 집사람의 출퇴근을 도와주면서도 묵주기도를 하고, 성당을 가고 오면서도 묵주기도를 하고,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를 가고 오면서 줄곧 묵주 알을 굴리니, 화요일 저녁의 레지오 쁘레시디움 주회 때는 매번 사오백 단씩 보고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 운전을 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현상이 생기곤 합니다. 다시 말해 묵주기도를 하다가 말고 돌연 욕설을 내뱉는 거지요. 다른 운전자들의 운전 방법이나 미숙함 때문에 내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참고 이해하고 관용해 줍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다, 나도 저럴 수가 있다는 생각으로 너그러움을 챙기곤 하지요. 그런데도 내 입에서 가끔 욕이 튀어나오곤 하니, 욕을 한 다음 순간에는 번번이 내 손에 들린 묵주를 의식하며 무안함을 삼키게 되지요. 의외로 많은 운전자들이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곤 합니다. 신호를 받을 때 창문 밖으로 버젓이 손을 내놓고 담뱃재를 털기도 하고, 출발하면서 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달리면서 버리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길바닥이 재떨인 줄 알고, 온 세상이 쓰레기통인 줄로 아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운전자들을 볼 때마다 욕을 합니다. 그 욕을 그대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한번은 바로 앞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보면서 “돈은 많고 골은 비어 있는 저런 인간들 때문에 대형 산불도 난다니께!”하고서는 앞 차에서는 듣지도 못할 욕을 하니, 옆 좌석의 집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당신, 묵주기도 하는 중이었잖아요.”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8월 21일(연중 제21주일) 제2098호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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