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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2일 월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2 조회수695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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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월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마태오 23,13-22

 

“불행하여라, 너희 눈먼 인도자들아!”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유>

 

 

     율법학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지적과 질책은 신랄할 정도를 넘어 낯 뜨겁기까지 합니다. 그토록 과격한 공격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생각해봅니다.

 

    원인은 아무래도 이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율법학자들이 너무 커질 대로 커져버린 것! 적당히 커졌어야 했는데 제대로 커져버렸습니다. 적당히 자신을 포장했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습니다.

 

    율법학자들, 사실 알맹이는 별 것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실체, 본질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 공부 좀 했다는 것, 당대 주류층이었다는 것, 좋은 부모 뒀다는 것, 그래서 안락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

 

    그들의 내면은 위선과 교만으로 부실했는데, 그럴수록 그들은 외면을 치장했습니다. 그럴 듯하게 차려입고 윗자리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에 우쭐해진 그들은 더 자신을 부풀렸습니다.

 

    이런 율법학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타는 무섭도록 날카롭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지적은 어쩌면 사제요, 수도자들, 교회지도자들을 향한 지적입니다.

 

    교회 안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질 대로 커진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높은 직책, 큰 자리에 한번 앉아본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내려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 ‘물 좋은’ 자리에 맛이 들었는지 그 자리를 떠나기가 그렇게 아쉽습니다.

 

    갓 입회한 지원자 시절을 떠올립니다. 가장 졸병이니 모든 말에 기쁘게 순명합니다. 이제 첫걸음이니 잔뜩 군기가 들어 있습니다. 선배들의 말 한 마디에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갓 시작한 신입이니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합니다.

 

    그런 지원자의 마음으로 한 평생 살아가길 바랍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길 바랍니다.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고, 떠나라면 미련 없이 떠나가고...

 

    너무 커져버린 나, 실체보다 너무 부풀려져 있는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길 바랍니다. 있는 그대로의 부족하고 나약한 내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하니, 내가 이렇게 한심스러우니, 그저 주님 자비를 바랄 뿐이고, 그저 주님 도우심만 기다립니다, 하며 기도하길 바랍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이 토실토실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이제 한 달 남짓 지나가니 자기들도 개라고 왈왈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그 어린 것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말도 못할 지경입니다.

 

    반면에 어미는 7살입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4-50도 넘었습니다. 등치도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그 녀석을 바라보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품에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귀여워해줄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면 우리가 큰 사람이어서, 제대로 성공한 사람이어서, 높은 직책에 앉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부족하고 어리버리해서, 실수와 실패만 거듭하는 측은한 존재여서, 첫 마음을 잃지 않아서, 결국 작은 존재여서 우리를 당신 품에 꼭 안아주시고 사랑해주시지 않을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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