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행복선언(진복팔단)과 상반되는 불행선언이다. 복음서를 통해서 언제나 우리에게 사랑과 용서, 위로와 평화를 주시는 주님이지만, 유독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한테만은 엄격하다 못해 독설을 쏟아내신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는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화려한 말재주로 멋들어진 강연을 펼치고 청중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그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왜 자신들이 그다지도 중요한 자리에 불리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 어긋난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들 자신조차 구원에서 멀어지고 있으니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께서 얼마나 미치고 팔짝 뛰실 노릇이겠는가!
위선자!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신앙생활 중에 위선자 아닌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언젠가 ‘사제가 평생 자신이 한 강론 가운데 절반만이라도 지키면서 산다면 그 사제는 성인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신자가 평생 자신이 들은 강론의 절반만이라도 실천하고 산다면 그는 성인이다.’라는 말과도 상통할 것이다.
문제는 그날 밤, 유다가 스승을 떠나가며 했던 말처럼 끝까지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잡아뗄 것이 아니라, “주님, 또 접니다….”라고 스스로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쉼 없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겸손과 기도 안에 위선과 참됨이 엇갈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기영 신부(부산교구 해외선교: 일본 히로시마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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