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은 늘 깨어 준비하라는 종말 예고다.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집단으로 죽어나가는 생명들을 보면서 종말의 징조가 아닐까 내심 불안에 떨기도 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놓칠 새라 많은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그때가 몇 월 며칠이니 어떻게 준비를 하라는 식으로 군중의 심리를 휘휘 저어놓고 사회의 무질서를 조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말하는 그때만큼은 종말이 아니니 안심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쉽게 계산되고 파악될 것 같았으면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이름을 걸면서까지 이런 말씀을 하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늘 깨어서 산다는 것! 그것은 언제나 예수님께 시선을 두고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날마다 주님의 말씀을 금이야 옥이야 여기면서, 복음 말씀에 내 삶의 살을 덧붙이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주님이 말씀하시는 참 깨어 있음이 아닐까 한다.
신학교 시절, 이런 참 스승님께 내 마음을 못 박아 주신 고마운 분이 계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임남훈(그레고리오) 수녀님. 그날도 교회음악 수업을 위해 신학교에 오셨다. 우연찮게도 스승의 날이어서 학생들이 빨간색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리려 했다. 하지만 수녀님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며 거절하셨다. 부끄러워서 그러시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수녀님은 본심이었다. 연이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학사님들, 저를 선생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게 선생님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마태 23,10 참조)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씀은 졸린 영혼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처럼 울려댄다.
김기영 신부(부산교구 해외선교: 일본 히로시마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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