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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08-26
조회수
1,057
추천수
22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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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The foolish ones, when taking their lamps,
brought no oil with them,
but the wise brought flasks of oil with their lamps.
(Mt.25,3-4)
제1독서 1테살 4,1-8
복음 마태 25,1-13
며칠 전에 새롭게 이사를 했다는 친구 집을 찾아갔습니다. 성당 친구가 아닌 사회 친구이기에 집 축복식을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요. 그렇다고 빈손으로 가기에는 영 미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빵집에 가서 자그마한 케이크를 하나 사서 들고 찾아갔습니다. 친구는 “뭘 이런 걸 다 사가지고 와?”라고 말하지만, 사실 누군가의 초대를 받았을 때 그냥 빈손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나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하고 초대한 것이라면, 나 역시 초대해 준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가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이 정도의 예의를 지키려 하는데, 만약 나보다 훨씬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를 초대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평소에 늘 존경했던 어떤 분으로부터 초대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아마도 황송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것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내 자신을 이렇게 특별하게 생각해준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해서 그 분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따져 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드리기 위해, 그것을 구하기 힘들다면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또한 예쁘게 포장을 해서 그 분의 맘에 쏙 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초대를 지금 우리들은 모두 받았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원한 생명을 관장하시는 주님으로부터 초대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초대에 대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 초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분께서 원하는 것을 손에 들고 찾아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세상에서는 그토록 예의를 차리면서도 주님 앞에서는 그렇게 배은망덕한지 모릅니다. 그냥 빈손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려고 하는지,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생명까지도 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속의 지위 역시 그렇게 신경 쓰시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는 것은 딱 하나, ‘사랑’ 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열 처녀의 비유. 이해되지 않는 점이 참 많습니다. 결혼식 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잠자고 있다는 것도, 또한 어리석은 처녀들의 간청을 매몰차게 물리치는 것 역시 사랑을 강조하시는 예수님의 뜻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리석은 처녀들이 늦었다고 잔치 집에 입장조차 시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평소 뜻과 정반대는 이야기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모두 어떻게든 ‘사랑’을 잘 준비해서 주님의 초대에 잘 응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잘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사랑하는 우리 자신을 위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기억하며 사랑을 잘 준비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순간뿐이었다(드러먼드).
갈림길
내가 갈 곳이 정확하다면 이렇게 많은 안내가 있어도 목적지에 정확히 갈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그때 과연 어떤 길로 들어섭니까? 이쪽도 맞는 것 같고, 저쪽도 맞는 것 같고……. 그러나 자신의 목적의식이 분명하다면 많은 갈림길에서도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얼마 전 곰배령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곰배령’을 오르기 위해 인천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꽤 먼 거리를 운전해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산 밑에서부터 올라가는데 곰배령까지 도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정표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즉, 저는 ‘곰배령’이라는 글씨만을 쫓아서 가면 길을 잃을 이유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곰배령이라는 글씨가 아닌 다른 글씨를 쫓아간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결코 다른 길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이정표를 살피면서 그 길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목적지는 분명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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