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도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해서 늘 깨어 있을 것을 알리고 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평생 남자로 살아온 내가 누군가의 각시가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미사 전, 사제들이 제의 하나하나를 입으면서 바치는 기도가 있다. 특히 띠를 맬 때 ‘주님, 조찰함의 띠로 저를 잡아매시고, 또 제 안에 사욕을 없이하시어 욕망을 절제하며 정결의 덕이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러면서 윽! 소리가 나오도록 출렁이는(?) 뱃살이 개미허리가 되어라 있는 힘껏 조인다. 이것은 늘 깨어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라는 열 처녀의 비유를 잊지 말라는 의미다. 그래서 보통 띠의 양쪽 끝부분에 현명한 다섯 처녀를 상징하는 다섯 가락의 술을 달기도 한다.
기도문을 다시 떠올려 보자. ‘조찰(엎읏)’하다는 것은 욕망을 절제함으로써 드러나는 정결을 의미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욕망을 절제하는 것은 꼭 필요한가 보다. 인간이기에 갖는 욕망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더 좋은 것, 영원한 생명을 얻는 데 있어 욕망을 절제하며 사는 것은 변함없는 필수사항이 아닌가 싶다. 이는 먹고살기에 바빴던 옛날과는 달리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끊임없이 눈과 귀를 현란하게 유혹받는 현대인들에게 더욱더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욕망에 빠져 허덕이다가 하늘의 혼인 잔치에 지각하는 신부가 되지 않도록 땀 흘리자. 말씀과 기도, 무엇보다 나의 신랑이신 예수님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는 절제의 하루, 정결한 하루가 되도록 힘쓰자!
김기영 신부(부산교구 해외선교: 일본 히로시마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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