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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간 토요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7 조회수467 추천수11 반대(0) 신고
<연중 제21주간 토요일>(2011. 8. 27. 토)(마태 25,14-30)

(성녀 모니카 기념일)

 

<탈렌트의 비유>

 

8월 27일의 복음 말씀은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이야기에 세 명의 종이 등장하는데,

두 명은 받은 탈렌트로 돈을 벌어서 두 배로 만들고,

다른 한 명은 그냥 가지고 있다가 돌려줍니다.

돈을 더 번 두 사람은 칭찬을 받지만 아무것도 안 한 다른 한 명은 쫓겨납니다.

이 이야기에서 탈렌트는 ‘하느님의 숙제’를 뜻합니다.

(탈렌트라는 단어의 뜻이 숙제라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받은 탈렌트로 돈을 더 벌어들이라는 것이 숙제입니다.

 

하느님의 숙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교황은 교황으로서 해야 할 숙제가 있고,

교구장은 교구장으로서 해야 할 숙제가 있고,

본당신부는 본당신부로서 해야 할 숙제가 있고,

일반 신자들은 일반 신자로서 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직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포함해서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교황은 교황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숙제를 받았고,

일반 신자들은 일반 신자이기 때문에 교황보다는 적은 숙제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각자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때,

교황이 더 많은 것을 제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일반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받았다면 더 많은 결과물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남들이 더 많이 받은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좋아할 것도 없습니다.)

 

루카복음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 16,19-31)를 보면,

인간 세상의 불공평함이 적나라하게 보이는데,

나중에 그 불공평함이 모두 공평하게 바로잡히게 됩니다.

부자는 라자로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았지만(사실상 모든 것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한 일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저승(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되고,

라자로는 사실상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어서 나중에 모든 것을 받게 됩니다.

 

그리스어의 탈렌트는 원래는 당시의 화폐 단위이기도 하고,

무게 단위이기도 했습니다.

이 단어는 영어의 talent(탤런트)가 되었는데, 보통 재주, 재능 등으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복음 말씀의 탈렌트의 비유에서는

재주, 재능보다는 ‘은총, 은혜’의 뜻이 더 강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받은 은혜가 많다는 것은 곧

나중에 제출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뜻이다, 라는 것이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은혜가 아니라 재능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뜻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보다 재능이 많다는 것도 하느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 숙제는 선택이 아니고 의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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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이란 은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생활이면서

동시에 받은 은총의 숙제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생활입니다.

그러니 자기의 어떤 소원을 빌기 전에 먼저

그 소원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그것이 그대로 고스란히 숙제로 남게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몸이 아파서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입니다.

그 기도가 이루어져서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면 그것은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 건강은 그대로 그 사람의 숙제가 됩니다.

건강해진 몸으로 하느님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병에 걸리지 않고 처음부터 건강했던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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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약속하는 기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은, 소원을 안 들어주시면 그런 일들을 안 하겠다는 뜻이니까,

하느님을 상대로 흥정하는 것처럼 되고, 그래서 결코 좋은 기도가 아닙니다.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이라고 조건을 달지 말고,

당장 그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습니다.

건강해진 다음에, 사업이 성공한 다음에, 시험에 합격한 다음에,

...... 다음에, .... 다음에 하지 말고, 지금 하라는 것입니다.

받기를 바라는 은총보다 이미 받은 은총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자꾸만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죽은 다음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숙제 결과물을 제출해야 합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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